소셜미디어 초기 이용자는 모두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그들만의 네트워크 안에서 소통하고 친밀감을 쌓고 지형을 넓혀가는데 재미를 느낀다. 자유로운 소통공간 규모가 커져갈수록 네트워크 영향력을 활용한 무대는 확장돼 가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이용자 규모를 인위적으로 늘려 나가면서 너무 넓은 네트워크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소셜미디어가 생존할 수 있는 자양분인 따뜻한 `정`의 소통기능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더이상 사적이지 않은 공적인 장소에서 소통을 꺼려한다. 실제로 주변에서 관찰해 보면 많은 사람이 `소통족`이 아니라 이른바 `눈팅족`으로 바라만보고 있다.
자신의 포스팅 업로드는 고사하고 좋아요도, 공유하기도 클릭하지 않으며 댓글에는 더더욱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3만명 이용자를 자랑하지만 적극적인 의사표현 수단인 댓글은 고작 100명도 채 안 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혹자는 “모수 확보는 소통 활동에 필요하다. 소셜미디어 특성상 모수 확보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이 필요하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원인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자연스러운 소통공간이 부자연스러운 공간으로 변할 때 또다시 노마드가 되어 소통을 할 재미있고 사적인 공간을 찾아 나서는 것이 디지털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뉴미디어 환경이 분명히 소통 환경을 개선했지만 과거와 다른 접근 방법을 찾지 않고 기존 방식 소통만을 되풀이 한 점은 SNS 개선항목 중 우선순위다. 소셜미디어의 뉴스피드는 어느새 진짜 `뉴스`와 `피드`가 되었다. 반응해 소통하지는 않으나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주는 누군가와 친구가 돼 그들이 올린 정보를 신문처럼 받아본다면 소통의 자유를 찾아 떠나는 유목민 수는 증가하고 기업과 공공기관의 소통 영역은 존재하기 힘들 것이다.
저렴한 홍보비에 비해 엄청난 파급효과, 기업 입장에서 충분히 강점을 가진 홍보 수단이다. 하지만 고객 역시 사람이다. 누구나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말을 걸고 말을 걸어주길 바라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쉽지 않다. 그들은 클릭 몇 번으로도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SNS라는 수단을 사용한다.
매스미디어 홍보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너도 나도 소셜미디어를 일방적인 홍보 채널로 활용하는 기업과 기관이 많아졌다는 것도 문제다. 소셜미디어로 홍보를 하는 기업과 기관 활동이 잘못된 홍보 방식을 선택했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연결되어 있으며 특별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기업과 기관 목소리에 나의 의견을 전해주고 싶은 주체이지만 노골적으로 `우리 제품 좋아요, 꼭 한 번 구매하세요` `우리 부처에서 이런 일들을 잘했어요`라는 지속적인 메시지를 접하면 해당 기업과 기관을 좋아할 리는 없다.
과거 인터넷이 등장하던 시기에 네트워크 세대 줄임말인 `N세대`가 함께 등장했다. 그 후에 첨단 사고방식과 기술, 많은 정보를 보유한 행동 양식의 소유자인 디지털 세대라고 불리는 Z세대가 뒤를 이었다. 오늘날 인터넷, 스마트폰, 휴대용 통신기기 등 정보기술의 발달에 따라 21세기형 신인류를 뜻하는 용어가 있다. 바로 `디지털 유목민`이다.
시공간 제약 없이 현실과 가상공간을 넘나들며 유목과 같은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바로 `자유 열망`이다. 과거 유목민은 기본 생활유지를 위해 떠돌아 다녔지만 21세기 유목민은 다르다. 소셜미디어 문화에서 SNS는 소꿉놀이 친구, 동네 친구, 오빠, 언니가 있는 놀이터가 돼야 한다.
소셜미디어는 자유롭게 생각을 공유하며 양방향 소통을 강조한다. 그러나 공공기관과 기업의 소셜미디어 흐름은 아직도 일방향이다. SNS 열풍을 따라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개설하였지만 정작 기업을 홍보하는 수단으로만 사용한다. 모든 친구가 왁자지껄 놀아야 하는 장소에서 기업은 그들만의 이야기에 급급하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기업 SNS 창구에서 디지털 유목민이 진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점차 싫증이 난 사람이 떠나가고 기업 목소리만 남아있는 일방향적인 소통이 이루어진다.
참여하고 있는 고객이, 참여하고 싶은 고객이 얻고자 하는 것, 고객이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소통의 `자유`를 주는 것이 소셜미디어 생태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고객 수 유치에 급급한 일방 홍보보다 고객과 길게 호흡하려는 양방향 소통 활동에 나서야 한다.
한국인터넷소통협회 부회장 ceo@kico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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