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가 최종 확정되면서, 향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재편 향방에 관심이 집중됐다. 단기적으로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업계 2위로 부상, D램 시장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빅3`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하지만 엘피다 정상화를 위해 최대 3000억엔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마이크론의 장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마이크론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론, 엘피다 인수 확정=지난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2000억엔(약 2조9156억원)에 인수키로 최종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5월초 도쿄지방법원이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를 승인한 이후 2달여 만에 나온 최종 합의다. 엘피다는 오는 8월 21일까지 도쿄지방법원에 회사 재생 계획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엘피다 인수 금액 외에 설비투자를 포함해 총 3000억엔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은 엘피다의 히로시마 팹을 비롯한 주요 생산 거점과 직원 고용을 보장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미국·일본·대만 등에 흩어진 양사 생산 거점 운용과 막대한 고정비가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마이크론은 엘피다 회생이라는 짐을 떠안게 됐다. 마이크론은 엘피다 채무 탕감에만 1400억엔(약 2조409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엘피다 총 부채의 30% 가량이다.
◇향후 시장 전망은=마이크론은 엘피다 인수를 통해 무엇보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등 모바일 D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전체 D램 시장에서 영향력도 확대할 수 있다. 마이크론과 엘피다의 D램 점유율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선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 1분기 마이크론(12.1%)과 엘피다(12.4%)를 합친 D램 점유율은 24.5%로 SK하이닉스(23.9%)를 조금 앞선다.
하지만 미세공정 수준에서 차이를 보이는 업체 간 점유율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마이크론과 엘피다는 여전히 40나노급 이상 제조공정에 머물러 있다. 이에 반해 이미 30나노급 이하 공정으로 전환한 SK하이닉스는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30나노대 공정은 40나노대보다 50% 이상 생산성이 증가한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과 엘피다 합병으로 낸드플래시와 모바일 D램 등 모바일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시너지가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엘피다 채무 수준과 마이크론 자금 여력을 감안할 때 이번 인수로 합병 법인의 재무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