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101>일기는 일기장에

공적인 성격의 인터넷 뉴스나 게시판에서 혼자만의 의견으로 가득한 글을 보았을 때 쓰는 말. 자기 일기장에나 적을 만한 글을 왜 많은 사람이 찾는 온라인 공간에 올렸냐는 비난의 표현이다.

주로 인터넷 매체가 기사에 어울리지 않는 어색하고 비공식적인 문장과 표현을 사용하거나 뚜렷한 근거도 없이 다른 사람이 동의하기 힘든 주장을 마구 펼칠 때 사용한다.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봤을 때 `일기는 일기장에`라고 댓글을 달면 적절하다.

최근 인터넷 매체가 급증하면서 신문이나 방송과는 다른 온라인에 맞는 기사 형태를 찾는 노력도 이어진다. 객관성과 불편부당함을 내세우는 기존 기사와 달리 온라인 기사는 의견과 성향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독자를 확보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치열한 언론 보도 경쟁 속에서 저널리즘 훈련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기자가 기사를 쏟아내고, 게이트키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선명한 지향성`이 `필자의 감정 배설`로 변질되곤 한다.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매체가 늘면서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진다.

결국 제목에 낚여 기사를 본 독자는 허탈한 마음에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댓글을 단다. 인터넷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나타낼 수 있는 사상의 자유 공간이지만, 그 평가도 엄혹함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과잉 정보 속에서 허우적대는 현대인은 다른 사람 일기까지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 표현이 쓰이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블로그나 미니홈피는 개인 의견이나 감정을 자유롭게 나타내는 말 그대로 `온라인 일기장`이기 때문이다. 자기 블로그에서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말을 들으면 `내 일기장에 내 맘대로 적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분노한다. 물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과거라면 혼자만의 일기장에 묻혀 있을 내용이 공공연히 퍼질 수 있게 됐음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생활 속 한마디

A:직원 여러분, 어제 우리 아이가 100점 받아 기분 좋았습니다. 회사도 매출 1등하면 좋겠습니다.

B:사장님, 일기는 일기장에….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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