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정 불안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글로벌 기업이 오너 지시에 따른 강력한 연구개발(R&D) 투자로 그동안 일본, 이탈리아, 독일 등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해오던 초정밀·고성능 자동화 기계장비를 조기에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자발적으로 일고 있다고 한다. 그 덕분에 향후 수년간 후방산업인 국내 기계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효과가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오너 경영이든 전문 경영인 체제든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작금에 우리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비법은 R&D를 통한 신제품 개발과 핵심 부품·소재 국산화,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에 있다. 빠른 기술 혁신으로 시장을 선도하며 경쟁우위를 갖는 것이 기업이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임은 분명하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R&D 투자는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결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R&D 투자는 기업 경영수지의 단기적 악화를 낳을 수 있고 성공이 불확실한 측면도 있으며 실패했을 때 그 손실이 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 경영인 체제 아래서는 경영자가 단기간의 경영 실적을 토대로 성과를 평가받기 때문에 단기간의 이익 감소와 리스크를 수반하는 R&D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을 기피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 경영인은 오너보다 자신의 보상과 고용 안정을 위해 단기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논리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업종과 경영자의 성향에 따라 그 반대 사례도 다반사다.
외환위기 사태를 거치면서 경영 의사결정에 소액주주를 포함한 주주의 영향력이 증가했다. 주주 가치 극대화에 중점을 둠에 따라 단기수익에 치중하게 됐고, 이를 위해 구조조정 압력이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다양한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가 되고 있다. 오너 경영이건 전문 경영인 체제건 기업이 동태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R&D 투자와 경영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고, 주주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서는 더 많은 기술개발과 국산화 노력이 필요한 것만은 확실하다.
자동차·반도체·가전 등 전방산업이 잘나갈 때 이들 생산설비를 만드는 후방산업인 기계·부품·소재산업의 국산화와 R&D에 쏟는 과감하고도 시의적절한 전략적 투자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전후방산업의 동반성장·공생발전과 지속적인 시장우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B2B로 거래돼 일반 국민의 관심 밖에 있지만 기계류 등 후방산업도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일자리 창출 산업이다. 최근 국내에서 오너 경영의 이점을 살려 민간 주도의 강력한 R&D 투자와 이를 통한 고부가가치 생산설비 국산화 드라이브 및 수입대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는 산업구조의 고도화로 국민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데 이바지함은 물론이고 내수 확대와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또 유럽의 재정 위기와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국내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독일과 같은 제조업 강국을 건설하기 위한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다.
박영탁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부회장 y@koam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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