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전자책 시장이 빨리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기 불황이 오히려 촉진제입니다. 국가 예산이 줄어드니까 학교나 도서관에서 전자책을 선호하게 된 거죠. 같은 돈으로 더 많이 살 수 있기 때문이에요. 불황이 전자책 시장의 성장을 오히려 가속화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세계적 출판사 `월드북(World Book)`의 도널드 켈러(Donald Keller) 대표는 경기 불황이 오히려 전자책 시장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는 “종이책은 수가 정해져 있어 한 번에 볼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이지만, 전자책은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이 소유한 월드북은 100년 가까이 백과사전과 교과서 등을 펴낸 전문 출판사다. 켈러 대표는 월드북에 1998년 입사해 CFO와 부사장을 거쳐 2010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경쟁사인 브리태니커는 지난 3월, 244년간 내놨던 종이 백과사전 출간을 중단하고 디지털 버전과 교육용 제품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브리태니커의 절판 선언은 세계 출판 시장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예다. 월드북은 종이책은 계속 출판하지만 PC 버전의 온라인 콘텐츠와 해외 시장에 더 주력할 계획이다. 이미 온라인 매출이 종이책을 넘어섰다.
켈러 대표는 “종이책 매출이 매년 10~12%씩 줄었지만 온라인 매출은 성장했다”며 “2009년에 온라인이 종이책과 50%로 비슷해졌고, 현재는 전체 매출의 65%가 온라인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시장 변화가 굉장히 빠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의 흐름을 `계산기`로 설명했다. 1967년에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내놓은 소형 전자계산기는 미국의 초, 중, 고, 대학생들의 학습기자재로 사용되면서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했다. 계산기 보급은 미국 교육의 혁명과 같았다. 스마트패드도 곧 `계산기`처럼 교실을 점령하고 교과서를 대체할 것이란 뜻이다. 그는 혁명의 시발점이 스마트패드라고 내다봤다.
월드북은 교육 혁명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변화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스마트패드 기반 디지털 교과서는 올해 하반기에 출시한다. 월드북 디지털 교과서 개발은 한국의 벤처 기업인 아이포트폴리오가 맡았다.
켈러 대표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판매를 확대하고 콘텐츠를 디지털화해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