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 IT한류가 인다. K팝 등 문화한류에 이어 우리 기술로 만들고 발전시켜온 자본시장 거래시스템과 IT솔루션이 동남아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창간 30주년을 앞두고 베트남과 캄보디아 거래소와 증권사 등 자본시장을 현지 취재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한국거래소의 IT 수출 국가와 시장 개설 현장을 둘러보며 가능성을 점검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약진하는 신흥 자본시장의 미래는 감지할 수 있었다. 인구 8000만명인 베트남과 1500만명인 캄보디아는 역동적인 경제 흐름을 만들고 키워가고 있다. 거리마다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넘쳐났고 시민들은 그간 감춰뒀던 자본을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을 빠져나오자 오른편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하노이에서 만난 김종관 우리CBV증권 부사장 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노이바이공항이 제2청사 증설에 나섰다고 한다. 이 공사에는 일본 국제협력기구 차관 1억6150만달러(약 1800억원)를 포함해 모두 9억6820만달러가 투입된다. 1조10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2014년 11월이면 4층 높이로 완공 예정이다. 최근 베트남 경제는 해외 국가 투자로 들썩인다. 저렴한 임금 대비 우수한 노동력을 갖추고 있어 제조기업들의 생산기지로 각광받는다.
낙후한 공항과 도로, 생활 여건 등을 정비하는 공사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주로 공항과 공단이 밀집한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외국인과 기업들이 원활히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자금은 주로 외국 차관에 의존하지만 이를 발판으로 베트남 경제도 도약의 길에 나섰다.
◇다시 움직이는 인도차이나 호랑이=인도차이나 핵심국가인 베트남과 캄보디아 경제는 작년까지 주춤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재정위기에 인도차이나의 호랑이로 불리던 베트남과 캄보디아 역시 비켜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올 들어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투자국들이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좋은 베트남을 선택한 것이다. 베트남 경제 활력은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호찌민거래소는 시가총액이 연초 대비 30% 증가했다. 시가총액은 2007년 20조원을 넘기도 했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 9조4000억원대까지 줄었다. 2009년이후 회복세를 타면서 지난 14일 기준 38조원대에 육박했다.
베트남 경제가 회복할 것이란 전망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박창은 코트라 하노이무역관 차장은 “일본을 비롯한 중국, 태국, 유럽계 자금이 생산기지 건설을 위해 몰리고 있고 베트남 정부도 공기업 구조조정과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세우는 등 베트남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역시 최근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프놈펜 시내에는 하룻밤 자고 나면 새 건물과 새 도로가 생겨날 정도다. 전력 역시 개선되고 있다. 캄보디아는 전력 생산과 공급이 원활치 않아 밤이면 프놈펜 시내 호텔도 불이 꺼지기가 일쑤였다. 전기 보급률도 30%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일본을 비롯한 중국 차관을 통해 전력을 정비했다. 우리나라 기업도 태양광으로 일조하고 있다.
캄보디아 경제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추후 자본시장 성장이 기대된다. 지난 2009년 GDP 성장률이 0.1%에 그친 이후 2010년과 지난해 6%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자본시장도 선진화 바람=베트남 호찌민거래소는 한국거래소와 2009년 시장 시스템 재구축을 위해 가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3년이 다 돼가지만 이렇다 할 계약 소식이 없었다. 하노이와 호찌민거래소 간 합병을 앞두고 IT수출 정식 계약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계약이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호찌민거래소 측은 조만간 본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레하이 짜 호찌민거래소 부이사장은 “거래소 간 합병을 염두에 두어 시장 선진화를 추진하다보니 늦어졌다”며 “조만간 계약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IT시스템을 받아들이면 현재보다 강력한 차세대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며 “시장 역량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거래소와 함께 올해 개설된 캄보디아거래소 역시 현재 1개 종목만을 취급하지만 거래소 시스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세레이세씨 터치 캄보디아증권거래소(CSX) IT부장은 “시장 개설 후 2개월이 넘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종목수가 적은 점도 있지만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돼 만족한다”고 밝혔다.
◆인터뷰/레하이 짜 배느남 호찌민거래소 부이사장
“베트남 자본시장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 더 나은 발전을 위해 한국거래소(KRX) IT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레하이 짜 베트남 호찌민거래소 부이사장은 “한국거래소와 호찌민거래소간 2009년 가계약이 조만간 정식 계약으로 성사될 것”이라며 “그간 시스템 구축을 위한 법률 요건, 시스템 요구사항 등을 점검하고 최근 마무리지었다”고 밝혔다.
짜 부이사장은 한국거래소와 IT시스템 공급 계약이 늦어진 원인에 대해 하노이거래소와의 합병 문제를 꼽았다. 2009년 가계약 때만 해도 합병논의가 없었지만 정부 주도로 합병이 논의됐기 때문이다. 2000년 7월 설립된 호찌민거래소는 2009년 1월 설립된 하노이거래소와 합병을 통해 한 울타리에서 관리 감독이 이뤄지는 안을 최근 몇 년간 논의 중이다.
그는 “이제 합병 논의가 성숙단계에 이르렀다”며 “시스템 구축도 곧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병이 이뤄지면 시스템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스템 문제로 인해 매매 결제일도 매매 후 3일 이상이 소요되지만 더 단축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온라인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직접거래처리(STP:Straight Through Processing) 솔루션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러면 기관투자자는 물론 개인투자자 거래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거래 감시시스템도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상장사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짜 부이사장은 “상장사가 지난 2007년 135개사에서 최근 302개사로 5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새로운 시스템이 구축되면 거래 증가와 함께 상장사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베트남), 프놈펜(캄보디아)=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