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C&C가 내놓은 판도라 PD-2500HD는 HD급 화질로 주행 중 영상을 녹화할 수 있는 블랙박스다. 렌즈 밝기가 F1.2인 고성능 렌즈를 달아 화질을 높였고 저장 영상을 삭제해도 다시 되살릴 수 있는 저널링 기능을 곁들였다. 녹화한 영상을 확인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는지, 화질은 어느 정도인지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확인해봤다.
◇ 운전자 편의를 고려한 실용적 디자인 = 이 제품은 시각적 화려함보다는 운전자 편의에 중점을 둔 탓에 첫 인상은 다소 딱딱해 보인다. 하지만 블랙박스가 한 번 달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자주 교체할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실용 중심은 오히려 반갑다. 시거잭으로 전원을 공급받는다면 설명서에 따라 큰 어려움 없이 설치를 끝낼 수 있다. 물론 상시전원 방식으로 설치하려면 장착 서비스를 따로 이용하는 게 좋다.
표면에는 자외선 차단막을 입혀 긁힘이나 햇빛 탓에 일어날 색 바램 현상을 막았다. 카메라 렌즈 주위에는 LED를 달았다. 주차 중 주변 영상을 녹화하는 주차 녹화 모드를 작동하면 자동으로 LED가 켜진다. 운전자에게 현재 동작 상태를 알려줄 뿐 아니라 블랙박스가 작동중이라는 사실을 알려 방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조작에 필요한 모든 버튼은 본체 뒷면에 배치했다. USB 케이블 단자나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을 왼쪽에 단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덕분에 블랙박스를 앞 유리창에 고정한 상태에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메모리카드 슬롯을 찾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본체 고정에 필요한 지지대는 흔들림이나 버튼을 조작하면 앞뒤로 본체가 쉽게 움직이지 않게 견고하게 만들었다. 따로 판매하는 GPS 내장 지지대를 더하면 주행 도중 위치까지 영상에 기록할 수 있다. USB 케이블 단자는 별도 판매하는 38만 화소 후방 카메라를 연결할 때 쓴다.
◇ 옆 차선 번호판도 또렷, 녹화 파일 확인 쉬워 = PD-2500HD가 탑재한 카메라 유효화소는 120만이다. 기록 가능 해상도는 1280×720이다. 풀HD에 비하면 1280×720 화소가 낮아 보일 수도 있지만 무리하게 해상도를 올리는 대신 최적의 해상도를 택했다는 게 제조사 설명이다. 기본 세트를 구입하면 전방 카메라만으로 초당 30프레임으로 녹화할 수 있다. 옵션으로 구입 가능한 후방 카메라까지 더하면 전방은 초당 20프레임, 후방은 10프레임으로 녹화한다.
블랙박스 카메라에서 화소 수나 해상도 못지않게 중요한 게 렌즈 조리개 값이다. 조리개 값이 작을수록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의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에 야간이나 새벽에 주행할 때 화질 향상에 도움을 준다. PD-2500HD가 탑재한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 값은 F1.8. 여느 콤팩트 디카와 견줘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물론 빛을 받아들이는 센서 크기가 작아 화질 향상에 제약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블랙박스와 비교하면 한결 나은 화질을 보여준다.
최근 집계 자료를 보면 자동차 사고 유형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고는 정면이 아닌 측면 충돌이다. 블랙박스 사양에서 화각을 유심히 살펴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PD-2500HD의 화각은 제조사 설명에 따르면 대각선 기준으로 최대 140도 가량이다. 옆 차선에서 달리는 자동차 번호판까지 어렵잖게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다.
기록장치로는 마이크로SD 카드를 이용한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에 영상을 기록한 카드만 끼우면 간편하게 영상을 확인할 수 있어 편하다. 기본 제공하는 8/16GB 메모리카드 외에 32GB까지 인식하고 파일 저장 개수에도 제한이 없다.
◇ 사고 전후 모두 기록, 자동 진단 기능 갖춰 = 블랙박스에서 화질 다음으로 중요한 건 다양한 녹화 모드다. PD-2500HD는 주행 중 녹화 뿐 아니라 충격을 감지하면 작동하는 이벤트 녹화, 주차모드, 버튼을 누르면 작동하는 강제녹화 등 4개 모드를 지원한다. 용도에 맞는 녹화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데다 필요하면 디지털 카메라처럼 사진도 찍어둘 수 있다.
주목할 만한 건 이벤트 녹화 모드다. 블랙박스 대부분은 충격이 가해지기 직전까지만 영상을 기록한다. 하지만 이 제품은 주행 중 충격이 가해진 순간을 전후한 15초, 모두 30초를 영상으로 남긴다. 내장 보조전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차량 시동을 끈 상태에서도 녹화가 가능하며 사고 후 대응이나 상대방 과실을 증명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PC에서 녹화 영상을 확인하려면 일반 동영상 재생 소프트웨어를 써도 되지만 전용 뷰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단순 영상만 재생 외에도 영상 파일을 데스크톱PC나 노트북에 백업하는 기능, 그림 파일 저장 기능도 갖춰서 편리하다. 옵션으로 GPS 센서까지 달았다면 구글맵스를 이용해 주행 위치까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여름철 밀폐된 차안 온도는 70도 이상으로 치솟는다. 블랙박스는 차량 앞 유리에 부착해 쓰는 만큼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아 과열되기 쉽다. 보통 블랙박스는 65도까지 정상 작동을 보장하지만 이 제품은 75도에서도 정상 작동하게 만들었다는 게 제조사 측 설명이다.
실수로 시동을 꺼뜨리거나 배터리가 방전되면 블랙박스가 저장해둔 영상이 손상되기도 한다. PD-2500HD는 전원이 켜질 때마다 마이크로SD카드를 확인해서 오류가 있으면 알려주고 자동 복구를 시도한다. 저장장치 뿐 아니라 오류가 발견될 경우에도 알려주는 기능을 탑재했다.
◇ 이버즈 총평 | 破邪顯正 = 블랙박스는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 때문에 돌발적 사고가 일어났을 때 책임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주관이 개입되기 쉬운데다 확보하기 어려운 목격자와 달리 기계적으로 당시 상황을 기록하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블랙박스 시장이 올 한해 200만대 규모를 넘어 설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블랙박스가 인기를 얻자 수준 미달 제품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저해상도 카메라를 달고 억지로 화질을 올린 제품부터 의미 없는 부가기능을 앞세워 몸값만 부풀린 제품까지 다양하다. 판도라 PD-2500HD는 이런 제품들과는 달리 기본 기능인 녹화를 충실히 다진 제품이다. 제대로 된 제품 고르기 힘든 블랙박스 시장에서 파사현정(破邪顯正)이라는 고사성어처럼 옥석을 가리는 기준이 될 만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