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경부 R&D 예산 삭감, IMF 사태 이후 처음

IMF 사태 이후 처음으로 지식경제부 연구개발(R&D) 예산이 줄어든다.

R&D는 국가의 미래라는 기조 아래 금융위기 당시에도 정부가 관련 예산을 줄이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조치다. 신산업 육성 계획 수립을 준비하던 지경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13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경부는 기획재정부 요청을 받아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3~5% 정도 감축할 계획이다. R&D 예산은 올해보다 1~2%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가 R&D 예산까지 손을 댄 것은 늘어난 복지 재원을 마련하고 균형 재정을 달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IMF 사태 때를 제외하고 R&D 예산을 감축하는 것을 거의 본 적 없다”면서 “아무리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도 3~4% 정도 R&D 예산을 늘렸던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이례적으로 강한 예산 감축 방안을 구상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R&D 예산이 줄어들면 해당 과의 신규사업 기획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기존에 진행하는 사업에 묶인 예산이 많아 보통 각 과에서는 늘어난 예산을 중심으로 새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각 부처 담당과에서 기획 재정부에 요청해 추가 예산을 받을 수 있는 재량권이 컸다. 지금은 각 부처에서 6월 내년 계획안을 제출하고 필요한 때에 계획된 범위 안에서 추가 자금을 지원받을 정도로 관리가 강해졌다.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로 제출하는 내년 예산 계획안의 변동성이 줄어든 셈이다.

지경부는 실·국별로 감축 비중을 배분하되 중요한 사업에 차등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소프트웨어(SW)·중견기업 등 투자가 절실한 부문은 예산을 동결하거나 오히려 소폭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각 과는 내년 예산 감축 비중을 최소화하면서, 프로젝트 진행 시 측면 지원을 받을 방안을 강구하는 등 신규사업 추진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일부 자금을 지역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국회에서 R&D 예산을 늘릴 수 있도록 고민한다.

지경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신규 사업을 진행하려면 제로섬 게임에서 이겨 최대한 많은 예산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내년 신규사업 여부는 담당 과장들의 정치력에 달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내년까지 국가채무를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겠다는 재정운용 계획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계획안 단계여서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전제하면서 “당분간 조세수입을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 정부 예산 감축은 당연한 것 아니겠나”고 되물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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