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게임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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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어느 학교에 인디언 아이들이 전학을 왔다. 어느 날 선생님이 “자 여러분 이제 시험을 칠 터이니 준비하세요”라고 말했다. 백인 아이들은 책상에 가방을 올려 짝꿍이 엿보지 못하게 준비를 했다. 인디언 아이들은 책상을 돌려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선생님은 “애들아, 시험칠 준비하라고 그랬잖니?”라고 화를 냈다. 인디언 아이들이 말했다. “선생님, 저희들은 예전부터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마다 서로 도와가며 해결해야 한다고 배웠어요.” -강수돌 `나부터 교육혁명` 중에서

`얀 율리히`란 독일 자전거 선수가 있다. 세계 사이클 동호인들이 열광하는 `투르 드 프랑스` 대회에서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준우승만 다섯 번을 기록했다. 7년간 한 번도 우승을 못했다. 대회 때마다 자전거 황제로 불리는 랜스 암스트롱에게 밀려 만년 2등에 머물렀다. 그런데 2003년 이 대회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다. 율리히에게 드디어 우승할 기회가 왔다. 결승점을 불과 9.5㎞ 앞둔 지점. 암스트롱이 몰던 자전거가 관중의 가방끈에 걸려 넘어졌다. 겨우 15초 차이로 암스트롱에게 뒤진 그때, 자전거 페달만 밟으면 그대로 우승이다. 그러나 율리히는 기다렸다. 암스트롱이 다시 일어설 때까지 기다렸다. 결국 또 졌다.

율리히를 응원하는 독일 언론은 `그가 우승 기회를 발로 차 버렸다`며 못마땅해 했다. 하지만 세계는 그를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 선수로 기억한다. 율리히와 암스트롱이 서로 도와가며 달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두 라이벌은 2년 전 경기에서도 함께 달리며 경쟁했다. 그때는 율리히가 내리막길에서 넘어졌다. 암스트롱은 속도를 늦춰 그가 다시 제 속도를 내도록 기다렸다. TV 드라마 같은 이 모습은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가장 인상 깊은 스포츠 사건으로 기록된다. 율리히도 결국엔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자전거 애호가들은 두 사람을 영웅으로 부른다.

김정주 넥슨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손을 잡았다. 글로벌 게임 시장 패권을 향해 함께 페달을 밟는다. 넥슨 창업 이야기에 이해진, 김택진, 김영달, 나성균 등 내로라하는 벤처기업인이 등장한다. 김 회장에게 이들은 같이 다니지 않았지만 `입사동기와 같은 사람들`이다. 넥슨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주변 인재를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벤처업계에서 `동물적 사업 감각의 소유자`로 불리는 김 회장도 고민이 많다. 창업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특히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가 떠날 때, 김 회장은 가장 힘들다고 했다. `누구랑 함께할 것인가?` 그의 오랜 고민이자 영원한 숙제다.

대한민국 게임 성공신화의 주인공 김택진 대표도 `사람` 자체가 목적이다.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이 훨씬 훌륭해지고,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만 오래갈 수 있다고 믿는다. 돈과 명예만을 위해 벤처사업을 시작하면, 모든 사람이 수단으로 여겨진다. 심지어 같이 일하는 사람까지 목적으로 보일 수 있다. 김 대표는 넥슨과 손을 잡으며 “함께할 친구 같은 회사가 생겼다”고 말했다. `함께 가는 사람을 위한 희생`, 그가 꼽는 벤처기업 경영자의 최우선 덕목이다.

이런 두 사람이 한 배를 탔다. 오랫동안 함께 가야 할 사람을 고민해온 결과다. 성격과 색깔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무엇을 함께해야 할지도 분명히 알고 있다. 이제 결승점을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으면 우승이다. 게임에서 승리하는 법칙이다.


주상돈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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