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들이 유럽 경제위기 장기화에 맞서 관리 태세로 전환했다.
니혼게이자이는 13일 유럽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자 대기업들이 현지 매출 목표를 낮추고 비용 절감을 위해 위탁 생산으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기업들의 발 빠른 움직임은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당시 급격한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기 대응력을 키워온 효과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은 조직 전환과 매출 계획 수정이다.
공업기계 전문업체인 다이킨공업은 유럽 매출이 감소하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현지 조직을 통합했다. 유럽 총괄 본사와 판매 회사의 중복 관리 부서를 합쳤으며 향후 유럽 사태 추이에 맞춰 3단계 대응 계획을 마련했다.
유럽에서 전력시스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히타치제작소는 유럽 화력발전시스템 시장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최근 관련 사업 매출 목표를 낮췄다. 이 회사는 2015년에 1조1000억엔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었으나 약 15% 감축한 9500억엔으로 수정했다. 유럽 시장에 집중해온 석탄 화력 발전시스템 판매 사업의 주 공략지를 아시아와 동유럽 등 신흥국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건설장비업체 고마츠는 유럽 위기가 확대되자 지난해 정보 관리 조직을 구성해 생산 관리에 들어갔다. 고마츠의 노지 구니오 사장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라며 “무엇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율 차이를 이용한 대응도 눈에 띈다. 디지털카메라 업체인 리코는 유로 하락으로 매출이 줄어들 것을 대비해 스웨덴과 벨기에에서 유로화로 부품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지난 몇 년간 유로 약세가 이어지자 지난해 초 부품 조달 본부를 신설하고 환율 리스크를 관리해왔다.
소니도 유로 환율이 하락하자 비용 절감을 위해 유럽 현지 기업에 TV조립을 위탁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