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일상 속 기술체험, 고사리 손끝에서 싹트는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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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월악산 국립공원 안에 자리한 한송중학교는 지난 1998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초등 과정과 중등 과정을 통합한 자그마한 농산촌 학교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모두 합쳐도 전교생이 52명이다. 이 작은 학교가 지난해 말 `사고`를 쳤다. 전국 27개 중·고등학교가 운영하는 기술공작실 평가에서 3위를 차지한 것이다.

학교에 설치한 기술공작실에서 학생들은 우드락을 잘라 자동차 모형을 설계하고 재활용품으로 시계나 화분을 직접 만들었다. 한송중학교 기술공작실 프로그램 담당 교사는 “따분한 이론 수업이 아닌 실습 교육이라서 집중력이 부족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도 흥미를 갖고 참여했다”며 “그중에서도 골프공을 떨어뜨려 최대한 느리게 가도록 하는 실험은 학생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 가며 창의력을 발휘했던 과제”라고 설명했다.

도시 학교로 치면 겨우 두 학급 규모에 불과한 작은 학교지만 고사리손으로 열심히 부수고 두드리고 조립하는 학생들의 열정만큼은 여느 발명가 못지않다. 평범한 시골 학교 공작실에서 세계적 혁신을 만들어낼 꿈을 키운다.

선진국은 초중고 학교 과정에서 체험적·창의적 기술교육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집 안과 동네에서 자연스럽게 공작 경험을 하면서 자라는 생활 문화가 정착했다. 독일과 일본·미국 등지에서는 기업이나 지자체가 후원하는 지역 내 청소년 발명교실이 활발하다. 집에 딸린 차고에서 공구를 만지고 놀면서 공작 기술을 습득한다.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주거 생활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손으로 만지고 두드리면서 배우는 공작 활동 공간 자체가 사라졌다. 학교 교육도 입시 위주로 운영되면서 기술 과목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마저도 실습 없이 암기식으로 진행되는 현실이다. 다행히 최근 아파트 중심의 일상 생활공간에서 창의 기술교육을 살리려는 작은 실험들이 시도된다.

서울 금천구가 최근 독산동에 문을 연 `생활 속 창의공작 플라자`가 대표 사례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지원하는 금천 창의공작 플라자다. `아이들이 뛰놀고 생활하는 공간에서 창의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추진했다. 이 덕분에 그동안 구청 기자재 창고로만 쓰이던 허름한 건물이 아이들의 방과 후 공작 놀이터로 멋지게 변신했다. 창의공작 플라자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수준별 공작 수업을 진행한다. 나만의 책꽂이·시계 제작, 전기회로 꾸미기, 마시멜로와 스파게티 면발로 구조물 세우기, 공기 부양선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체험형 기술교육에 대한 학생과 교사들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다. 기술공작실 교육에 참여한 학생 80% 이상은 재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난 4월 말 금천 창의공작 플라자를 방문한 구내 초·중학교 기술 교사와 교장들도 실제 교육 프로그램을 둘러보고 “당장 학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참여를 권하고 싶다”며 높은 호응을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손으로 부수고 다듬어가며 몸으로 익힌 창의력은 장차 10년, 20년 후 세계를 놀라게 할 상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창의 인재를 기르기 위해 `만지면서 배우는` 교육이 필요한 때다. 집 안에서 그리고 주변 생활공간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있는 기술교육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가정·학교와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창의공작 공간을 확산시켰으면 좋겠다.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yonggeun21c@kia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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