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컴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에는 `인재 전쟁(War for Talent)`에 대한 잘못된 가정을 근간으로 한 미국 매킨지의 자문에 최고의 인재를 채용했다가 결국 파산한 기업 엔론의 사례가 나온다. 매킨지가 추천한 방식대로 최고의 인재를 뽑아 최고로 대우했지만 결국 파산한 엔론의 인재 경영. 무엇이 문제였나.
엔론은 지능지수나 학업성적이 높은 똑똑한 개인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에서 시작했다. 지능지수나 학교의 학업성적은 혼자서 열심히 할 때 나타나는 지표지만, 회사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은 다른 사람과 협력해서 성취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엔론은 개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뽑았지만, 그는 협력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를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재수 없는 천재`는 많지만 `끌리는 바보`가 없는 회사는 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는 사례다.
뛰어난 인재 없이도 탁월한 성과를 내는 기업의 비결은 무엇인가. 사우스웨스트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을 비교해보자. 경영대학원생을 거의 뽑지 않고 급여를 많이 주지 않으며 연공서열에 따라 급여를 인상하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미국 항공사들 가운데 가장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재미`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즐겁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한 것이다. 조직은 한 개인의 고군분투하는 노력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난관을 함께 돌파하고 협력적 지혜를 활용해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 인재가 넘쳐나는 엔론과 최고 인재를 외부에서 거의 뽑지 않는 P&G. 지능이나 개인의 실력을 테스트하는 퀴즈 대결에서는 당연히 엔론이 승리하겠지만, 장기 레이스에선 결국 P&G가 승리한다.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출신이 과연 P&G에 입사해서 세제 파는 일에 목숨을 걸까. 인재 전쟁을 부르짖었던 세계적 컨설팅 기업 매킨지의 인재경영 철학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엔론은 망했고, 평범한 사람들을 비범한 열정으로 무장시켜 탄탄한 팀워크를 다지고 있는 P&G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 중 하나로 여전히 지속 성장 발전하고 있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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