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융당국 조사 나서기로
페이스북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페이스북과 상장 주관사가 사실상 주가 하락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페이스북 주가는 22일(현지시각) 전날보다 8.90% 내린 31달러에 마감됐다. 거래 이틀째인 21일 10.99%나 폭락한데 이어 이틀 연속 급락세를 이어갔다. 상장 직후 가격인 42.05달러 대비 26.3%나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현지에서는 상장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JP모건, 골드만삭스 3개 투자은행과 페이스북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행동으로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음모론`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비즈니스인사이더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달 초만 해도 IPO를 준비하던 3개 은행은 페이스북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로드쇼 초반 높은 기업평가가 유지됐고 이를 전해들은 기관투자가들의 페이스북 투자 열기도 뜨거웠다.
그런데 9일 돌연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IPO 안내서 57쪽에 `이용자당 광고 수보다 이용자 증가세가 훨씬 가파르다`고 보고했다. 상장주관사가 상장할 회사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예측한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수정된 안내서를 제출한 직후 3개 은행은 일제히 페이스북 2분기 및 연간 실적을 하향 전망했으며 이 사실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기관투자자들에게만 알려졌다. 이 때문에 모건스탠리가 예비공모가 신청을 받았을 때 기관투자가는 주당 32달러, 개인투자자는 40달러를 써냈다. 페이스북 공모가가 당초 35달러 수준에서 최종 38달러로 결정된 이유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3개 은행이 실적을 하향 전망한 이유가 페이스북 측 요청 때문이라는 점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3개 은행 가운데 한 곳 애널리스트 말을 빌려 “페이스북 재무책임자가 실적 전망을 낮춰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보다 낮은 것을 안 페이스북 측이 `어닝쇼크`와 같은 보도를 피하기 위해 미리 손을 쓴 것이다. 하지만 3개 은행과 페이스북은 이 같은 사실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아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자신들 배만 불렸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금융당국이 나섰다. 리처드 케첨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 회장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모건스탠리가 페이스북에 관한 부정적 소식을 IPO 이전에 기관투자자와만 공유한 것이 사실이라면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