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대안 없는 원자력 반대는 안된다

얼마 전 환경운동연합 등 반핵·시민단체가 고리·영광 원자력발전(원전) 사고피해 모의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영광원전과 고리원전에 사고가 나고 바람이 각각 서울과 부산으로 불면 암 사망자 수가 각각 최다 55만명과 85만명에 이르고 경제적 피해액도 최고 451조원과 628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인구밀도가 높고 국토가 좁은 한국에서 위험한 원전을 계속 가동하고 확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경제적 손실이 크기 때문에 원전을 반대한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이 내용만 놓고 보면 원자력은 있어서는 안 될 위험천만한 에너지원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즉각 환경운동연합 등이 발표한 고리(영광) 원전 사고피해 모의실험 결과에 견해를 내놨다. 모의실험 결과는 국내 원전에서 전혀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무리한 상황을 가정한 것이며 국내 원전은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과는 원자로형이 전혀 다르고 격납 건물도 훨씬 견고하다는 게 요지다.

원전 찬반 논의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환경단체는 원자력의 위해성을 들어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정부는 안전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전을 완전히 없애거나 지어야 한다는 흑백논리는 안 된다. 정책 환경에 따른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국가마다 에너지 수급 여건과 경제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논리 비약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다른 국가에 적용하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시민단체가 원전 폐기를 결정한 국가 사례로 드는 독일과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전력수급 여건이 다르다. 독일은 다른 유럽국가와 전력계통이 연계돼 있기 때문에 필요하면 이웃 나라에서 전력을 끌어다 쓸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력부족 사태가 일어나도 가져다 쓸 곳이 없다. 정치 이념이 다르고 전력 사정이 우리보다 좋지 않은 중국이나 북한 등에서 끌어다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원전 찬반 논의의 핵심은 안전이다. 원전이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폐기해야 한다는 논리는 옳지 않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력공급의 30% 이상을 책임지는 원전을 없애면 지난해 겪은 9·15 순환정전보다 심한 국가 블랙아웃을 맞게 된다. 무조건 안 된다는 흑백논리로는 해결할 수 없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대로 원전 안전성이 문제라면 `어떻게 안전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이 맞다.

그간 원전정책과 관련해서 수없이 많은 토론을 했지만 대부분 일방 주장으로 일관됐다. 상대방의 논지를 경청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이제는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평행선만 달릴 게 아니라 현실에 대한 균형 있는 판단과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립이 아닌 토의와 이해, 그리고 타협이 절실히 필요하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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