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미국, 유럽연합(EU)은 물론이고 가장 난관이었던 중국에서까지 모토로라 인수에 대한 각 국 정부의 허가를 마무리하자마자 모토로라를 새롭게 이끌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했다. 설왕설래했던 하드웨어 부문 매각도 당분간 보류하고 새 진용으로 통합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신임 데니스 우드사이드 CEO는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 당시 책임자로 활동했다. 앞서는 구글 중동과 아프리카, 동유럽, 러시아 등에 사업을 맡았다. 2009년부터 3년간 미국 판매를 총괄했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우드사이드를 빗대 `철인 3종 경기에서 뛰는 선수처럼 에너지가 넘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우드사이드가 수장으로 부임하면서 모토로라 분사는 요원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8월 인수 발표 당시 구글은 모토로라 1만7000여개 통신 특허만 취득한 뒤 회사를 조각내어 팔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래리 페이지가 오른팔인 우드사이드를 모토로라로 보낸 이상 사업부 내로 편입해 껴안고 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밌는 점은 중국의 조건부 인수허가다. 중국은 23일 `앞으로 구글은 최소 5년 동안 안드로이드를 개방형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 ZTE, 레노버 등을 염두에 두고 한 승인인 것이다. 구글이 `굽은 팔`인 모토로라를 편애하지 않고 당분간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구글을 입은 모토로라는 어떻게 변할까. 구글 `순정` 스마트폰, 스마트패드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모토로라는 올해 10월에 출시할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레퍼런스폰 `넥서스` 제조사 5개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나머지 기업들은 자사 브랜드를 달고 나오지만 모토로라가 제작한 스마트폰은 `구글`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올 공산이 커졌다. 또 구글은 셋톱박스 하드웨어 제조에 노하우가 있는 모토로라를 구글TV 사업을 추진하는 동력으로 사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연말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개발할 독립 사업부가 생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업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페이지 CEO는 “많은 이용자들은 이제 더 이상 낡은 PC를 쓰지 않고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를 이용하는 게 일상이 됐다”며 “모바일 업계가 호재를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데니스와 모토로라가 모바일 기기의 새 시대를 창조해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 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