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조금 관념적인 질문에 신영복 교수는 한 회사 특강에서 “일단 산에 올라가야 한다. 높은 곳에 올라 새처럼 조감을 해야 길이 보이지. 빌딩 숲에, 우물 속에 갇혀서 어떻게 길을 찾겠는가. 즉, 우리가 갇혀 있는 문맥(文脈)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처럼 문맥이란 굉장히 완고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 문맥에 갇혀있는지 늘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답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전문가가 직면하고 있는 역기능과 폐해도 마찬가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군웅할거(群雄割據)하는 시대에 각 전문가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나아가 각 전문가가 하고 있는 일이 다른 전문가가 하고 있는 일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쌓아 놓은 높은 벽과 담 위로 올라가 전문가들이 파고들어가는 우물을 바라보아야 한다.
분야별 전문가는 각자의 안목과 식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만 세상은 자신의 경험과 신념대로 보인다. 열십(十)자를 보여주면 수학자는 덧셈, 산부인과의사는 배꼽, 교통경찰은 사거리, 목사는 십자가, 간호사는 적십자, 약사는 녹십자라고 이해한다.
자신의 전공과 직업의 문맥으로 바라보니 동일한 기호나 상징일지라도 다르게 이해하고 해석한다. 전문가일수록 다른 전문가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리가 보는 것은 사실과 현실 그대로가 아니라 자기가 경험한 것을 기반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실이다. 그래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본 것도 일리 있는 의견으로 인정해주는 열린 마음과 미덕이 필요하다.
각 전문가는 나름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고 혼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 문제는 전문가가 걸어가는 길이 다른 전문가가 걸어가는 길과 만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각자의 문맥에 갇혀 다른 길이 있다는 가능성, 다른 길이 열어주는 놀라운 통찰력, 함께하면 더 놀라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깨달음, 다른 길과 함께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접목과 융합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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