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는 게임계의 `건축학개론`이다.”
지난 15일 `디아블로3` 발매 직후 트위터에 올라와 화제를 모은 글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은 9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세대에게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화제가 됐다. 영화 속 두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는 CD였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10대와 20대 시절 게임을 즐겼던 3040 세대에게 레코드판 같은 존재다. 디아블로3가 나오자 12년 전 디아블로2의 추억이 다시 떠올랐다. 3040 직장인 부대가 움직이니 게임 시장이 들썩거렸다. 게임 패키지 매진 행렬은 물론이고 밤 10시 이후에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는 바람에 게임 접속조차 힘들었다.
사회 신드롬으로 번진 디아블로3 한국 서비스를 지휘하는 백영재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그는 디아블로3 인기를 “게임 콘텐츠를 넘어 문화현상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예일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인문학자다.
백 대표는 왕십리 민자역사에서 열린 발매행사에서 `2002 월드컵`과 같은 벅찬 감격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게임 하나를 사기 위해 운집했다. 1000명 정도로 짐작했던 백 대표의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백 대표는 “왕십리 주변에 모인 사람들을 보니 잘못 하면 큰 일 날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면서 조마조마했다”며 “다행히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에 무사히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고 감동을 감추지 않았다.
디아블로3 매진 행렬은 가히 기록적이다.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소녀시대 음반 판매를 압도한다. 블리자드도 예상하지 못 했던 결과다.
디아블로3 열풍이 문화 현상으로 비춰지는 이유는 다운로드 구매가 가능한데도 굳이 발품을 팔면서 패키지를 찾는 현상 때문이다. LP나 CD를 모으듯 3040 게이머는 패키지를 고집했다. 클릭 몇 번으로 게임을 할 수 있지만 `추억의 상징`을 사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백 대표는 디아블로3 열풍을 두고 “블리자드가 절반은 맞았고 절반은 틀렸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는 매년 치르던 게임축제 블리즈컨을 개최하지 않았기 때문에 왕십리 행사처럼 일이 커지겠다는 예상은 했다”며 “하지만 생각보다 열기가 훨씬 높아 준비가 부족했다는 반성도 했다”라고 말했다.
블리자드는 올해 간판 타이틀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확장팩과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 등 블록버스터 게임을 연이어 출시한다. 최고의 완성도를 고집하면서 2~3년에 하나 내놓기 어려웠던 블리자드로서는 무척 이례적이다.
백 대표는 디아블로3 인기의 배경을 블리자드의 장인정신에서 찾았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재고도 없고 콘텐츠가 나쁘면 할인정책도 통하지 않는다”며 “재미없는 영화를 절반 가격에 팔아도 사람들이 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최근 스타크래프트2 e스포츠 라이선스 분쟁 등 갈등을 해결했다. 물론 디아블로3 화폐경매장 재심의 추진과 같은 과제도 남았다. 백 대표는 “국내 팬들을 위해 또 한 번 감동의 드라마를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디아블로가 세운 기록
·시리즈 누적 판매 2000만장 이상
·디아블로2는 출시 2주 만에 판매 100만장 돌파(역대 가장 빨리 판매된 PC게임으로 2000년 기네스북 등재)
·디아블로3 사전 예약 판매 200만장 돌파(역대 블리자드 게임 판매 기록과 아마존 역대 게임 판매 기록 경신)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