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판매 축소로 집안 살림이 어려워진 일본 가전 유통사들이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키우면서 새로운 활로 모색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는 대형 가전 유통사인 빅카메라가 오는 6월 경쟁사인 코지마를 인수키로 했다고 13일 보도했다. 빅카메라는 100억엔 이상을 투자해 코지마의 지분 50%를 확보, 대주주 자리를 확보하게 된다.
업계 순위 5위와 6위인 양사의 매출을 합칠 경우, 약 1조엔에 달해 업계 선두인 야마다덴키에 이어 서열 2위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빅카메라는 도쿄나 오사카 등에 약 40여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대도시 중심형 유통사다. 반면에 코지마는 교외 간선 도로변이나 주택지를 중심으로 전국에 200여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다점포 유통 전문업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전국에 지점을 넓히면서 한때 가전 유통업계 선두였던 코지마는 경쟁업체의 대형화 추세에 밀려 경쟁력이 약화됐다. 2001년 1위 자리를 야마다덴키에 내 준 이후 계속 밀려나 현재 6위에 머무르고 있다.
빅카메라는 이번 인수로 대도시에 편중됐던 유통망을 중소 도시와 지방으로 확대해 시너지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늘어난 판매 물량을 기반으로 상품 구매력을 높이고 자체 상품 개발도 다양화할 방침이다. 또 수익성이 낮은 지점은 폐쇄하고 물류와 자재 조달을 일원화해 비용을 절감하는 등 수익성 강화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현지 언론은 이번 인수를 시작으로 가전유통업계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인은 TV 판매 부진이다. 지난해 초까지 일본 정부가 가전 에코포인트제도를 실시하고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시행하면서 평면TV 특수가 일었다. 그러나 여름에 들어서면서부터 특수가 사라졌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TV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일본 TV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0% 정도 감소해 약 8조5000억엔으로 떨어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도 1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TV 판매 부진은 가전 유통사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이번 인수는 대형 유통업체가 수익성이 약화된 중견 유통업체를 인수, 몸집을 키워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앞으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견업체를 인수하거나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규모를 확대해 판로를 확대하거나 비용을 줄이는 등 다양한 생존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주요 가전 유통사 매출 순위
(자료 : 니혼게이자이)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