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결제 `블랙리스트`에 발목잡힌 `블랙리스트`

통신사 대리점이 아니어도 휴대폰을 판매할 수 있는 단말자급제(블랙리스트)가 시행됐지만 정작 휴대폰이 전자결제 `블랙리스트`에 올라 유통망 다원화를 막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전자결제업체가 신규 휴대폰 온라인쇼핑몰에 결제 대행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휴대폰`이라는 이유만으로 전자결제 신청 자체를 받지 않는다.

이달 초 블랙리스트가 시행된 이후 온라인 상에서 공 단말기 형태로 휴대폰을 판매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지만 대기업이나 오픈마켓 입점 방식이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기자가 유명 전자결제업체 A사와 B사 상담센터에 온라인 휴대폰쇼핑몰 개설을 위한 전자결제 대행서비스를 신청하자 판매품목이 휴대폰이라는 이유로 거절 당했다. 사업자 심사 절차도 없이 “휴대폰 판매는 안 된다”는 답변이 바로 돌아왔다.

A사가 홈페이지에 공지한 `입점불가 업종`에는 대출·사이버머니·귀금속·회원권 등 사행행위 연관성이 높은 품목과 함께 `휴대폰 개통 서비스`도 들어있다. B사는 일부 신용카드사가 규정한 가맹불가업종에 `휴대폰`이 포함됐다는 내용을 공지해 놓았다.

블랙리스트용 단말기 유통사업을 준비 중인 C씨는 “전자결제업체 여섯 곳에 문의했지만 휴대폰이라는 이유만으로 전자결제 신청을 받지 않았다”며 “휴대폰 유통제도는 개방됐지만 실제로 판매할 수 있는 곳은 대기업이나 오픈마켓 입점 쇼핑몰 뿐”이라고 반발했다.

전자결제업체가 휴대폰 품목을 제한하는 것은 과거 개인 쇼핑몰에서 불법행위와 결제사고가 잦았기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사행행위 등 건전한 국민생활을 저해하고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적용 제외가 가능하다. 신용카드사와 전자결제사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가맹점을 자율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휴대폰 자체가 문제 품목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결제업계는 “고객 보호를 위해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가맹점에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공짜폰`으로 고객을 유인한 후 사기행각을 벌이는 불법 쇼핑몰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반면에 별다른 심사과정 없이 휴대폰이라는 이유로 서비스를 거부하는 것은 지나치게 공급자 편향적이라는 지적이다. 오픈마켓과 기존에 운영 중인 일부 쇼핑몰은 전자결제가 지원되는 등 제한 규정이 모호하다는 것도 문제다.

전자결제업계 관계자는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가맹점에 서비스를 제한하지만 해당 품목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며 “일부 상담원이 규정을 잘못 숙지해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블랙리스트를 운영 중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기본적으로 휴대폰 판매업종도 전자결제 지원이 가능하다”며 “문제가 있는 전자결제업체에 직원교육을 강화하도록 하는 등 개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인순기자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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