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벤츠 물어뜯는 기아의 호랑이 이빨 'K9 시승기'

해외 고급차 시스템이 종합선물세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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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강원도 양양 일대에서 치러진 기자단 시승회를 통해 기아 K9을 만났다. 고속도로 위주로 짜인 시승코스에서 조수석 동승과 운전을 75km정도씩 해볼 수 있었다. 제한적인 시승이긴 했지만, 독일제 고급차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태세인 K9의 호랑이 이빨이 얼마나 날카로운지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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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9은 현대 에쿠스와 마찬가지로 현대?기아자동차의 후륜구동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대형차다. 3,045mm의 휠베이스나 차체 폭, 높이는 에쿠스와 동일한데, 차체 길이가 70mm 짧다. 엔진 구성에서도 334마력 V6 3.8 GDI와 430마력 V8 5.0 GDI를 탑재하는 에쿠스와 달리 300마력 V6 3.3리터 GDI와 3.8 GDI를 적용한 것이 서열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어차피 시장의 주력은 3천cc급’이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아쉬운 일은 아니지만, 벤츠, BMW의 기함 모델들과 맞짱을 뜨겠다는 차의 위상에는 걸맞지 않아 보인다. 벤츠, BMW도 V12엔진이 제일 잘 팔려서 갖고 있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아무튼,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에 ‘결코 뒤지지 않는 제품’을 그 반값, 혹은 한 등급 아래인 E클래스나 5시리즈 가격에 제공한다는 것이 K9의 출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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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차체 크기는 S클래스, 7시리즈의 노멀 버전과 맞아 떨어진다. 그렇다면, 같은 크기에서 더 나은 체감 공간을 뽑아내는 현기차의 능력을 아는 이들은 K9이 S,7의 롱 버전에 버금가는 실내 공간을 가졌다고 해도 수긍할 것이다. 실제로, K9의 뒷좌석 레그룸은 표준 7시리즈보다 16cm가 긴데, 이것은 표준 7시리즈(가령 740i)와 롱 버전(740Li)의 휠베이스 차이(14cm)보다 크다.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조수석을 앞으로 밀면 된다. 뒷좌석 가운데 팔걸이에 달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조수석이 앞으로 이동하면서 등받이가 앞으로 숙여져 대시보드에 코를 박고, 뒷좌석은 방석 부분이 전진하면서 등받이가 눕혀져 ‘퍼스트클래스’를 연상시키는 안락한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된다. 가운데 팔걸이의 조작부를 이용하면 냉난방과 멀티미디어, 시트 관련 기능들을 제어할 수 있다.

앞좌석 등받이에는 광시야각 9.2인치 모니터가 달렸고, 뒷좌석용 송풍구는 센터콘솔과 B필러에 이중으로 마련했다. 문은 살짝 닫아줘도 자동으로 끝까지 닫히는 파워도어 시스템. 천장에는 2009년 오피러스 프리미엄부터 적용해온 앞뒤 연결형 대형 실내등과 화장거울이 달렸다. 선루프는 앞좌석에 옵션으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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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의 진가가 나타나는 부분은 앞좌석이다. 브랜드의 열세를 첨단 기술로 만회하려는 듯, 그 동안 해외 고급 차들에서나 가능한 줄 알았던 진보된 사양들을 종합선물 세트처럼 장착했다.

다만 K9이, 기아가 세계최초로 선보이는 기능은 사실상 없다. 아우디의 LED 헤드램프, BMW의 HUD와 전자식 변속레버, 벤츠의 후측방 경고 시스템과 프리세이프 시스템, 재규어의 LCD계기판, 인피니티의 어라운드뷰 모니터...라는 식으로 해외에서는 수년 전부터 타 브랜드들에 의해 먼저 상용화된 사양들이 이번 K9에 모였다. 자동차 첨단 사양의 `어벤져스`라고나 할까...

중요한 것은 이 가격대에 이런 사양들을 모조리 제공하는 차는 ?아마 지구상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고, 그런 측면에서 “자기 것으로 잘 소화해 내는 것도 기술이다.”라는 기아차 관계자의 말이 민망하게만 들리지는 않는다. 상당수의 사양들은 기아 K9을 통해 ‘국산차 최초’로 선보여지고 있기도 하다.

‘세계최초’도 없진 않다. 스티어링휠의‘햅틱 리모컨’과 ‘움직이는 도어 커티시 램프’가 그렇다. 햅틱 리모컨은 편리하긴 하지만 어디 가서 자랑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 도어를 열었을 때 아래쪽 모서리에서 왔다 갔다 움직이는 빨간 램프는 전격제트작전에서 영감을 얻었나 싶다.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시트 진동 경보 시스템’이었다. 부주의한 운전으로 차선을 이탈하거나 후측방에 뒤따르는 차량이 있는 상태에서 차선 변경을 시도하면 경고음이나 경고 표시는 물론 해당 방향의 방석 부분이 덜덜 떨어 효과적으로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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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있었던 사양이라 할지라도 후발주자, 최신모델의 장점을 십분 살려 개척자들보다 업데이트된 기술을 제공하는 것 또한 K9이 앞서가는 부분이다. 가령, BMW 7시리즈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네 가지 색상만으로 이루어졌지만 K9의 것은 6만5천 가지 색상으로 입체감 있는 그래픽을 제공한다. (BMW도 최신 모델인 신형 3시리즈에서는 풀컬러 HUD를 적용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하향등과 상향등 모두에 LED 광원을 적용한 K9의 `어댑티브 풀 LED 헤드램프`는 아우디 A8의 것이 빼먹은 다이내믹 벤딩 기능(주행방향에 따라 하향등 좌우 조정)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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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3.8리터 V6 GDi 엔진을 탑재해 334마력의 최고출력과 40.3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성능은 더할 나위가 없다. 3.0리터 터보 엔진인 BMW 740i는 326마력, 3.5리터인 벤츠 S350은 306마력이니 비교가 된다. 자동변속기에 있어서도 S350은 7단, 740i는 6단에 머물고 있는 반면 K9은 8단이다.

(신차인 K9만 새 연비 기준을 적용 받으므로) 기존 연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K9이 상대적으로 높은 배기량에도 불구, 연비까지 더 좋다. 동급에서 유일하게 두 자리수 연비(10.3km/L)를 제공한다는 것이 기아 관계자의 설명. 새 연비 기준으로는 9.4km/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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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도 확실하게 틀어막았다. 독일제 고급차들이 운전 재미나 일체감은 뛰어날지언정 기대만큼 조용하지는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K9이 우세함을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다. 앞뒤 도어 모두 이중접합 차음 유리와 3중 실링을 적용했으며 제진패드와 인슐레이터의 적용 범위를 넓혔다고 기아차는 설명한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어지간한 차들이 100km/h로 주행할 때의 소음으로 200km/h를 달릴 수 있다.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수는 1,500rpm 눈금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 이때가 8단이고, 킥다운을 하면 3단으로 떨어진다. 이것은 수동모드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수동모드에서도 6,300rpm 내외인 회전한계에 이르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진행된다. 60km/h에서 2단, 85km/를 넘겨 3단, 130km/h에서 4단… 고속 주행시 자동으로 차고를 낮추고 상황에 따라 감쇠력을 조절하는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을 탑재했지만 도로 제한속도 이상에서의 고속 안정성은 여전히 물음표를 남긴다. 너무 조용하게 고속에 이르는 것이나 운전대가 무거워지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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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속도에서도 운전대가 무겁기를 원한다면 스포츠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엔진, 변속기, 스티어링, 서스펜션을 통합제어해주는 주행모드 선택 기능이 있다. 모드는 ‘에코’, ‘노멀’ 등 네 가지. 국내 최초라는 ‘스노우 모드’가 후륜구동차에 쥐약인 눈길에서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스포츠모드에서의 조향력이 이질감을 느낄 정도로 무거워지는 것과 달리, 감쇠력 조절 부분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어느 쪽이든, 고속도로 위주로 짜인 시승 코스의 시작과 끝 부분에서 잠깐씩 만날 수 있었던 좋지 않은 노면에서는 거의 환상적인 충격흡수 능력을 선보였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멀티링크 방식이고, 유압펌프를 전기모터로 작동시키는 전기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을 적용했다.

VDC의 개입은 자연스럽다. VDC의 기능을 확장한 통합제어 시스템 AVSM은 레이더로 차량 전방 상황을 감시해 위험을 경고하거나 차량 속도를 자동으로 줄이고 안전벨트를 조여 주는 등의 첨단 안전 기능을 수행한다. 시트 벨트는 진동으로 위험을 알리는 기능도 제공한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차간거리 유지는 물론 앞차를 따라 자동 정지, 재출발하는 기능까지 지원한다.

- 보다 자세한 내용과 사진은 www.rpm9.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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