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저축은행 전산시스템 장악 1순위 조치

회삿돈 200억원을 인출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3일밤 서해 궁평항에서 붙잡힌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퇴출을 감지한 김 회장이 챙겨 달아나려던 돈은 정작 본인이 소유한 저축은행이 아닌, 우리은행에서 그날 오후 인출한 돈이었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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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퇴출 저축은행 명단이 발표되면서 저축은행들의 `공용 전산망 이용 의무화`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대규모 인출 사태가 벌어진 한 저축은행 창구 모습.

금융위원회는 3일 이미 미래저축은행을 포함한 전국 영업정지 후보 저축은행에 검사역들을 파견, 각 은행 전산센터를 접수한 상태였다.

금융위원회가 경영평가위원회 심사도 있기 전, 제일 먼저 취한 조치는 바로 퇴출 후보 저축은행의 전산망 장악과 해당 계정 확보였다.

지난해 1·2차 퇴출 당시 부산저축은행 등서 이뤄진 사전 불법 예금인출 사태 역시 전산센터 접수가 늦어 생긴 사고였다는 게 금융당국의 자성이다. 두 차례의 영업정지 저축은행 발표에서 얻은 학습효과인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각종 금융사태의 핵심에는 항상 전산 문제가 결부돼 있다”며 “지난 1998년 동남은행 등 5개 은행 퇴출 시에도 전산망 확보에 미흡, 이후 인수·합병 은행의 전산마비 사태가 한달여 이상 지속된 바 있다”고 말했다.

부실 저축은행들이 자주 범해온 자기자본비율(BIS) 허위 보고 역시 해당 시스템에 자유롭게 접속, 리스크 데이터를 인위적으로 조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금융당국 분석이다.

따라서 금융전산망 접수시 금융당국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마스터키와 각종 시스템 접속권한 확보다. 특히 신용평점시스템(CSS) 등 주요 시스템 로그파일을 장악하고 있어야 해당 시스템 조작에 의한 부실 또는 불법 대출이나 인출 여부 등을 꿰뚫어 볼 수 있다.

금융당국의 이번 대처로 현재 금융위와 금융결제원 등 관계 기관은 해당 저축은행 보유잔고 입·출금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현재 62%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저축은행중앙회 통합 전산망` 이용을 의무화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문제 발생시 공용망 하나만 금융당국이 확보하고 있으면 모든 저축은행의 거래를 일거에 틀어쥘 수 있어서다.

그러나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해 이미 자체 전산망을 보유중인 46곳 중·대형 저축은행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공용망으로는 차별화된 상품개발이나 마케팅이 불가능하다. 중앙회 측에 전산망 사용료도 따로 내야한다. 은행당 평균 150억~200억원을 들여 갖춘 자가망도 무용지물이 된다. 사유재산권 침해 아니냐”고 항변했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 정기회비(65억원) 외 전산망사용료로 85억원을 거둬들였다.

금융당국은 이번 영업정지 저축은행들이 대부분 대형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개별 전산망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 부실과 비리의 고리를 끊는 게 저축은행 개혁의 시작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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