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케이스스터디- 대구은행 차세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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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던 지난해 6월 7일. 대구은행 IT본부는 바깥 날씨보다 훨씬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18개월여에 걸쳐 추진한 차세대 프로젝트를 마치고 차세대시스템이 막 가동됐기 때문이다. 대구은행 IT본부 직원과 삼성SDS 인력 머릿속엔 기나긴 프로젝트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대구은행 차세대 프로젝트(넥스피아)는 대구은행이 약 20년 만에 추진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메인프레임 기반 계정계 시스템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다운사이징하며 전면 재구축했다. 초기 투자비용 부담감과 미국발 금융위기 등의 영향으로 프로젝트 착수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대구은행은 여러 도전사항을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마무리지었다.

◇20년만에 진행된 대규모 사업=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업그레이드를 해왔지만 1990년대 초반 구축한 계정계 시스템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유연성과 확장성이 저하되다 보니 신규 업무 개발이 쉽지 않았다. 노후시스템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도 적지 않았다. 신상품 개발시간 단축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확보도 시급했다.

강종석 대구은행 IT기획부장은 “메인프레임 기반 IT시스템은 프로그램 유지보수에도 적잖은 비용이 들고 노후한 보유 기종의 단종으로 더 이상 증설이나 확장이 어려웠다”며 “급변하는 금융 시장에서 고객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IT인프라 전면 재구축이 불가피했다”고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대구은행이 차세대 프로젝트로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크게 네 가지 관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객 중심 측면에선 고객과 계층별 맞춤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기능 측면에선 상품팩토리로 신속한 상품 출시 역량을 확보하고 채널통합시스템(MCI)를 구축해 채널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사용자 측면에서는 통합단말 사용자 환경 제공, 경영전략지원기반 확보 측면에서는 다양한 관점의 성과와 수익성 분석을 위한 환경 조성을 목표로 삼았다.

대구은행은 2009년 10월 액센츄어를 프로젝트 관리조직(PMO)으로, 11월에 삼성SDS를 주사업자로 선정해 본사업에 착수했다. 분석과 설계를 마치고 2010년 6월부터 6개월간 개발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부터 사용자 테스트 및 교육을 마치고 6월 7일 시스템을 공식 오픈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프레임워크 선정=대구은행은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시스템 개발의 뼈대를 이룰 프레임워크 선정에 많은 고민을 했다. 대부분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를 진행한 은행은 티맥스소프트의 프로프레임을 도입했다. 하지만 티맥스는 프로프레임 관련 개발사인 호주 FNS와 국내 판매사인 큐로컴으로부터 지식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 중이다.

강 부장은 “도입 비용이나 법률적 이슈, 프레임워크 보완 가능성과 제안사의 향후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삼성SDS `시스테미어`를 메인 프레임워크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제1 금융권에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프레임워크를 선정하는 것은 적잖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대구은행은 철저한 분석으로 성공을 확신하고 과감하게 시스테미어를 채택했다. 결국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시스테미어 공동 소유권도 확보하게 됐다.

대구은행 차세대 프로젝트는 △계정계시스템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시스템 △통합단말 △운영데이터 저장소(ODS) △MCI △메타데이터관리시스템 등을 주요 사업 범위로 한다.

은행 차세대 프로젝트 중 가장 짧은 18개월 만에 이런 과제들을 끝마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구축 비용과 투입된 인력 면에서도 이번 프로젝트는 최소 비용, 최소 인력을 자랑한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철저한 계획 수립, 일정 준수, 신속한 의사결정, 내부 우수인력 투입 등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5년간 555억원 절감 기대=대구은행은 2009년 9월부터 11월까지 6개월의 준비기간은 말할 것도 없고 앞서 4년여 동안 치밀하게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2006년 부산은행과 IT공동화를 위한 차세대시스템 공동 개발이 여의치 않게 된 이후 독자개발을 준비하면서부터다.

타 은행 차세대 프로젝트 사례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 대구은행만의 차별화된 성공 전략을 수립했다. 주사업자 선정 이전에 해결해야 할 사항과 주사업자에 반드시 요구해야할 사항 등을 정했다. 이를 추진할 방안을 검토·수립한 것이 차세대 프로젝트의 `해야 할 일`(To-Do) 목록으로 정리됐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전산업무 개선 아이디어를 공모해 현업 담당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했다. 주무부서 실무자로 구성된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전행 차원의 참여와 협조를 이끌어낸 것도 주요 성공 요인 중 하나다.

대구은행은 차세대 프로젝트로 시스템 구축 후 5년간 555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지보수, 시스템 업그레이드 및 증설, 외주 개발비용 등의 절감액을 합해 예상한 수치다.

내부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시스템 조작 편의성 제고, 처리시간 단축, 장애율 감소, 장애처리 신속성 향상 등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래처리 속도는 차세대 프로젝트 이전 초당 350건에서 785건으로 갑절 이상 증가했다.

강 부장은 “IT본부 인력들이 대형 프로젝트 수행으로 경험과 노하우를 추적할 수 있었다는 것도 주요 성과 중 하나”라며 “남은 과제인 정보계 시스템 고도화와 모바일 비즈니스 확대로 대구은행이 선진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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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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