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올해 국내 벤처기업 2곳에 투자한다. 권일환 퀄컴코리아 벤처사업 총괄은 “롱텀에벌루션(LTE) 중계기용 내장형(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회사에 투자를 결정하고 실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3분기에도 또 다른 국내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퀄컴이 국내 기업에 눈독을 들인 데는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퀄컴은 이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거나 고도화하는데 필요하다면 SW와 하드웨어(HW) 기업을 가리지 않고 투자했다. 2010년 2월 400만달러(약 45억원)를 모바일 음향 반도체업체 펄서스테크놀지에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키위플에 투자해 공동으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권 총괄은 “빅데이터 관리, 디스플레이 패널·터치 기술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퀄컴은 다른 엔젤·벤처캐피털(VC)과 달리 초기 스타트업 기업이든 상장 직전 중소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필요하다면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다. 권 총괄은 “펀드를 따로 운용하는 게 아니라 회사 필요에 따라 자금을 쓸 수 있어 어느 단계 기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식재산권(IP) 확보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특허에 투자하고 5년 후부터 퀄컴이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갖던지 아니면 아예 매입하는 방식이다. 2세대(G) 이동통신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3G `광대역(W)CDMA` 시대에 원천 기술 로열티를 받아 세계 반도체 설계(팹 리스) 업계 1위에 등극했던 회사인 만큼 앞선 투자로 특허를 관리한다. 국내에서도 앞으로 좋은 IP를 발굴해 투자할 예정이다.
투자할 때 주로 고려하는 점은 `사람`이다. 권 총괄은 “서로 보완해 줄 수 있도록 밸런스가 잘 맞춰진 팀이 중요하다” 며 “초기 기업은 재무 상태나 시장 규모를 보면서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에 좋은 일, 안 좋은 일을 함께 겪으면서 버틸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 총괄은 지난해 10월 부임한 후 6개월 동안 170여개 회사 대표와 만났다. “연락이 온 회사 중 2곳을 제외하고 다 만났다”며 투자를 원하는 회사라면 언제든지 접촉해줄 것을 당부했다. 투자를 받기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사업계획서 첫 장에 정리된 블랙 포인트 3가지(창업자가 누군지, 무슨 사업을 왜 하는지, 투자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보고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면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