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 속으로 파고들어 보세요. 그럼으로써 당신에게 자꾸 쓰라는 명령을 내리는 그 근거를 한번 캐 보세요. 그런 다음 쓰고 싶은 욕구가 당신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뻗어 나오고 있다면, 쓰는 일을 그만두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택할 수 있는지 본인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리고 조용한 밤중에, 정말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될지 스스로에게 확인해 보세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만일 그 대답이, 글을 쓰지 않으면 차라리 죽을 수밖에 없다는 그 진지한 의문에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있다면, 당신은 당신의 생애를 그 필연에 의해 만들어 가십시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나오는 구절이다.
쓰지 않으면 쓰러진다. 작가로서 언제나 가슴속에 담고 있는 금언이다.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손가락이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매일매일 하는 일이 나를 결정하는 것처럼 매일매일 쓰는 글이 나를 성장시킨다. 매일매일 글 쓰는 근육을 단련시키지 않으면 글은 말과 달라서 쉽게 써지지 않는다.
일단 한 줄을 쓰면 그 다음 줄이 써진다. 몸부림치는 생각을 표현하면 다른 사람을 몸부림치게 만드는 글이 된다. 몸부림친 흔적이 담겨 있는 글이라야 몸부림치게 만든다. 단어를 눈물에 적시고 뜨거운 정감으로 데운 다음 뼈저린 체험으로 녹여내는 글이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고 몸서리치는 각성을 전하며 잠 못 이루는 밤을 홀로 지새우게 만든다.
이렇듯 모든 몸부림치는 생각은 추락하지 않으려는 의지의 증표다.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으려는 처절함이자 지금을 넘어 다른 세계를 꿈꾸는 간절함이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갈구하는 자세와 노력이 이전과 다른 생각을 임신하게 만든다. 몸부림치는 생각의 치열함과 집요함이 내 생각뿐만 아니라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 그래서 생각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하면서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몸부림치지 않는 머리로만 이루어지는 생각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꿔놓기가 어렵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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