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 지식경제부가 추진 중인 `차량IT융합`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다양한 융합 플랫폼 가운데 차량용 웹 브라우저 기술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에 연결할 때 사용하는 브라우저로 첨단 서비스를 구현해 탄성을 자아냈다. 이를 개발한 주인공이 바로 오비고다. 황도연 오비고 대표(47)는 “현대자동차에서 조만간 차량용 웹 브라우저를 탑재한 신형 싼타페가 나온다”며 “웹 브라우저는 미래 자동차의 필수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브라우저가 차량에 탑재되면 아날로그 계기판이 사라집니다. 화면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훨씬 효과적으로 차량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 전장화와 맞물려 차량 상태도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하이패스와 같은 별도 단말도 필요 없습니다. 모두 브라우저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계기판의 혁명이 이뤄지는 셈입니다.”
황 대표는 국내 웹 브라우저 역사의 산 증인과 같은 인물이다. 대학 졸업 후 모바일 브라우저 한 우물만 고집했다. 1998년 기억도 가물가물한 `SK엔탑` `KT퍼스넷`과 같은 초기 브라우저를 개발한 주역이다. 첫 직장이 삼성전자였는데 당시 무선인터넷 분야를 맡은 게 인연이었다. 그 때는 몰랐지만 뒤돌아보면 운이 좋았던 셈이다. 황 대표는 “남보다 앞서 모바일의 숨은 잠재력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이 후 에릭슨·오픈웨이브를 거쳐 2002년 오비고 전신인 텔레카코리아 대표를 맡았다. 텔레카는 스웨덴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모바일 브라우저 기술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황 대표는 텔레카에 있으면서 연구개발센터를 한국으로 옮길 정도로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모바일 브라우저 분야에서 텔레카의 위상은 독보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소 폐쇄적인 국내 상황에는 맞지 않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소스코드를 공개하도록 본사를 설득했고 국내의 앞선 기술을 접목해 성과를 올렸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토로라·노키아 같은 글로벌 기업이 본사보다 한국 지사와 일하기를 원했고 급기야 연구개발센터를 한국으로 옮겼습니다.”
황 대표 스토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08년 텔레카의 모바일 솔루션 사업부인 오비고를 아예 인수했다. 글로벌 기업을 흡수해 순수 토종기업으로 새롭게 변신한 것이다. 이 후 오비고는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왑(WAP)기반 브라우저를 상용화했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노키아 소프트웨어 인증센터를 유치했다. 이 뿐 아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풀(Full) HTML 브라우저 개발과 상용화로 성공하면서 3대 모바일 브라우저 업체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한 마디로 세계무대에서 자체 기술력으로 검증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피처폰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가면서 오비고 성장세도 주춤했다. 황 대표는 “구글과 애플 같은 범용 운용체계가 득세하면서 점차 입지가 좁아졌다”며 “모바일 중심에서 TV·자동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는 브라우저 기술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1세대 브라우저는 인터넷 중심이었습니다. 이어 2세대는 통신 즉 모바일이 핵심입니다. 앞으로 3세대 브라우저는 융합형으로 국방·교육·조선·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입니다.”
황 대표는 특히 새로운 웹 표준으로 떠오른 HTML5에서 가능성을 보고 있다. 기존 앱 생태계를 뛰어 넘을 것으로 보고 2년 전부터 기술 개발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HTML5 기반의 다양한 솔루션으로 사업 방향을 다시 정비했다. “지금 앱 방식은 단순한 인터페이스로 편리한 면도 있지만 개발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게 많습니다. 당장 아이폰·안드로이드·윈도CE 등 각기 다른 운용체계에 맞춰 별도 앱을 개발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브라우저 자체를 플랫폼으로 만드는 게 대세입니다. 운용체계와 기기에 상관없이 구동되는 HTML5 기반 웹이 사실상의 시장 표준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황 대표는 “브라우저는 단말과 인터넷을 이어주는 파이프라인 즉 고속도로”라며 “오비고의 진짜 경쟁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자체 기술력으로 HTML5 표준 기반 웹 플랫폼 기술, 웹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분야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국내가 아닌 세계 시장에서 모바일 브라우저 분야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