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걸었건만 결국 무산됐다. 24일 예정됐던 본회의는 사실상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열리지도 못하고 취소됐다. 본회의만 열리면 통과가 확실했던 59개 경제·민생법안은 일명 몸싸움 방지법으로 알려진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휴지통에 들어가게 됐다.
국민의 심부름꾼을 자처한 국회의원들이 벌인 작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말도 안 되는 명분 싸움으로 애먼 국민과 산업이 받을 피해는 안중에 없는 모양이다. 18대 국회는 마지막까지 민생을 외면해야 하는가. 안타까운 일이다.
18대 국회는 `폭력 국회`에 `밥그릇 챙기기 국회`로 요약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과 처리 때는 전기톱·해머·최루탄이 등장했고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선 주먹다짐도 있었다. 세수를 높이거나 국회의원 의석 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리는 일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마음으로 처리했다.
18대 국회에서 의원이 발의하거나 정부가 제출한 법안 1만3880건 중 폐기될 운명에 처한 법안 수는 6453건이다. 이미 폐기한 919건을 더하면 7372건으로 전체 법안의 53.1%에 이른다. 7489건이 제출돼 3574건이 폐기된 17대와 2507건 중 880건이 폐기된 16대 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이 가운데 18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5월 말까지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여야가 처리하기로 합의한 59개 경제·민생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폐기될 운명에 처한 법안은 중소 소프트웨어(SW)사업자 보호를 위해 대기업의 공공정보화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SW산업진흥법 개정안`과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안`,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사업장에 온실가스배출권을 할당하고 시장에서 배출권을 거래하게 하는 `온실가스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안(배출권거래제법안)`, 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위한 `자본시장법안` 등이다.
임기 안에 다시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그동안 공들인 각계의 수고는 허사가 된다. 법안이 폐기되면 19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 19대 국회는 50%가량이 초선의원이어서 의욕 하나는 넘친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과 인력 낭비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12월 대선 정국은 국회 파행으로 이어질 여지가 없지 않다.
59개 민생법안은 여야가 오랜 기간 동안 논의해 상임위원회까지 통과했다. 본회의를 열어 의사봉만 두드리면 되는 법안들이다. 아직 18대 국회 임기가 한 달 남았다. 자존심을 건 정쟁보다 대의를 생각해서 한 걸음씩 양보하자. 적어도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벗어야 하지 않겠는가.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