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공동 입찰 포기
SK하이닉스가 엘피다 2차 입찰에 단독 참여할 전망이다. 당초 SK하이닉스와 공동 입찰을 제안했던 도시바는 빠지게 됐다. 엘피다 인수전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미·중 사모펀드 연합 등 3파전으로 압축됐다.
24일 일본 현지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는 엘피다 2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일본 자국 내에서 엘피다를 인수할 곳은 없게 된 셈이다.
도시바는 다음 달 선정될 우선협상대상자와 제휴하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 1차 입찰에서 탈락한 도시바는 섣부르게 후속 입찰에 나서기보다 경쟁이 종료된 후, 공동 인수를 타진하겠다는 전략이다.
27일이 시한인 2차 입찰 마감은 연기 가능성도 있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의 속내와 경쟁 상황 등을 놓고 볼 때 엘피다 인수전은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엘피다 2차 입찰을 앞두고 1차 실사를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단독 입찰`을 전제로 검토를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이미 도시바와 공동 입찰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며 “SK하이닉스는 입찰 마감 하루이틀을 앞두고 단독 입찰 가격 등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2차 입찰에 참여, 더욱 상세한 엘피다 실사 기회를 얻는 것이 큰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외에 마이크론과 미·중 사모펀드 연합도 2차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만 D램 업체 난야와 공동 인수가 무산된 마이크론의 입지가 다소 위축될 전망이다. 단독으로 엘피다를 인수하게 되면 초기 자금 부담이 커질 공산이 크다. 미(TPG캐피털)·중(호니캐피탈) 사모펀드 연합도 예상대로 2차 입찰에 참여할 것이 유력하다.
2차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가 연기를 요청하면 입찰 시한이 연기될 수도 있다. 결국 인수전이 장기화할 것이며, 엘피다 몸값을 낮추고 사업 경쟁력을 고사(枯死)시키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1차 입찰에 참여하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구속력이 없는` 상황에서 엘피다를 정밀 실사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일 것”으로 분석하며 “1차 입찰에 탈락한 업체도 인수전이 장기화하고, 인수 가격이 낮아지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엘피다는 법정관리 와중에 시장 점유율과 사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모펀드 연합에 인수되면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