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시장에 `삼성전자` 경계론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 휴대폰 점유율이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60%를 웃돌자 경쟁 제조사는 물론이고 이동통신사업자 사이에도 견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통사는 `쏠림현상`으로 인해 단말기 조달 협상과 단말기 차별화 시도가 힘들어질 수 있다며 경계했다.
22일 삼성전자 자체 집계에 따르면 국내 휴대폰 시장 삼성전자 점유율은 지난 1월 68%를 기록하며 2008년 집계 시작 이후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역대 최고치를 보인 1월에 비해 2, 3월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1~3월 월평균 점유율은 66.7%에 달한다. 지난해 점유율이 53%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10%p 이상 높은 고공행진이 계속됐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2`가 올 들어서도 꾸준히 팔려나가는 가운데 대화면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가 인기몰이를 이어간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말 출시된 갤럭시 노트는 3월 말 국내 판매량 165만대를 넘어서며 삼성전자 상승세를 이끌었다.
삼성전자 강세는 다른 제조사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지난해에는 LG전자·팬택과 외산 업체가 평균적으로 나머지 50% 시장을 공유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40% 시장을 놓고 격돌하는 모양이 됐다. 그나마 꾸준히 시장을 차지하는 애플 몫을 제외하면 나머지 제조사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다.
삼성전자 독주가 부담스럽긴 이통사도 마찬가지다. 신규 스마트폰 수요가 삼성전자에 집중되자 단말기 협상과 출시 전략 차질 우려가 내부에서 제기됐다. 특정 단말기 인기가 높아지면 이통사가 조달 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달부터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 휴대폰을 자유롭게 사고파는 단말자급제(블랙리스트)가 시행되는 것도 통신사업자엔 부담 요인이다. 블랙리스트 도입 이후 휴대폰 유통 주도권 상실을 우려하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특정 단말기가 통신망(통신사)에 관계없이 인기를 끄는 것이 달갑지 않다.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사는 여러 회사 제품 수요가 다양하게 발생해야 조달 조건이나 상품 차별화 전략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삼성전자 상승세를 경계했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애플처럼 망 연동 테스트를 직접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며 “통신사로서는 단말기 관리 권한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방위적인 삼성 견제론은 실제 휴대폰 시장에서 새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일부 통신사가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회사 단말기 지원정책을 강화하면서 점유율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4월 중 삼성전자 점유율이 6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자료:삼성전자 자체 추정치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