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앤펀]벤츠가 만들면 소형차도 달라? 역시나…

이달 초 국내에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소형차 B클래스는 2세대 모델이다. 1세대는 한국에서 작명된 `마이비(MyB)`라는 이름과 함께 2007년부터 판매되어 왔다. 고급 세단으로 명성을 쌓아온 벤츠가 만들어낸 소형 해치백이라는 점 외에도 작은 차체에서 다목적 차의 뛰어난 공간 활용성을 실현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새 B클래스는 벤츠의 신세대 소형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했다. 기존 모델의 기본 형태를 유지하되 핵심 구성품을 다른 벤츠, 특히 더 큰 벤츠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해 효율적인 차 만들기를 실현했다. 가령, 이 차의 디젤 엔진은 기존에 벤츠 S클래스에 얹히던 것을 앞바퀴 굴림 차에 맞게 개량하고 배기량을 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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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명은 `B 200 CDI`이지만 2000㏄급으로 넘겨짚어서는 곤란하다. 이 차의 배기량은 1796㏄. 하지만 2000㏄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던 구형 모델과 동일한 136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1600rpm부터 사용할 수 있는 30.6㎏·m 최대토크도 이 차의 경쾌한 달리기를 뒷받침 한다. 소음, 진동 측면에서도 `소형차에 얹힌 디젤 엔진이 오죽하겠냐`는 선입견은 통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어지간한 준대형차가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변속기는 기술과 유행의 첨단에 선 7단 듀얼클러치. 수동변속기의 효율과 자동변속기의 편리함을 절묘하게 어울렀다. 이 방식의 변속기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툴툴거림마저 벤츠답게 에둘러 낸 모습이다.

변속기는 `스포츠` `수동`, 그리고 `에코` 모드로 변속 패턴을 바꿀 수 있다. 정차 중에는 `ECO 스타트 스톱` 기능이 엔진 시동을 단속해 불필요한 연료소모를 줄인다. 일단 정차하면 변속 레버를 옮기거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도 정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편리하다. 상위 클래스와 마찬가지로 전자식 주차브레이크와 브레이크 홀드 기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변속레버도 벤츠 E클래스나 S클래스처럼 운전대 뒤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센터 콘솔의 수납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수동 모드에서는 운전대 뒤의 변속패들을 이용해 직접 기어단수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 재미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변속기는 반응이 빠르고 매끄러우며 운전대 모양마저 스포티하다. 생긴 것은 승합차여도 주행 실력은 그렇지 않다. 0~100㎞/h 가속 9.3초의 동력 성능도 그렇지만 연속된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허둥지둥 거리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벤츠의 주장대로 `스포티한 패밀리카`다.

1세대 모델의 특징이었던 샌드위치 구조의 높은 실내 바닥을 버린 덕분에 공간 여유는 더 늘어났다. 특히 뒷좌석의 여유는 S클래스에 비견할 정도다. 마감 재질도 눈에 띄게 고급스러워졌다. 전동 시트나 내비게이션이 빠진 것은 아쉽다고 할 수도 있지만 4000만원 전후의 가격표와 벤츠 상표를 동시에 가진 수입차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와 자동 주차(조향 보조) 기능은 이번에도 빠뜨리지 않았다. 독일차 다운 만듦새는 물론이고 첨단 안전 기능들과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별 다섯 개를 받은 안정성까지 갖췄으니 `그래도 벤츠니까`라는 합리화 속에 지갑을 열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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