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 했던가? 비즈니스에 잔뼈가 굵은 사람도 살아남기 어려운 세계에서, 더구나 가정주부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라비오텍 황미아 대표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잠이었다.
빠듯한 일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세가지 소원을 꼽으라면, 돈, 건강, 잠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은 돈을 제 1순위에 올려놓는다. 하지만 노력해도 안 되는 소원은 건강이다. 그리고 건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잠을 자야 한다. 적정한 수면이 건강을 지켜주고, 건강한 사람이 부도 얻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8개국 회원국 국민의 생활 실태자료를 집계한 결과 한국인의 수면시간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지난 2009년 발표한 회원국 사회지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469분(7시간 49분)에 불과했다. 이는 가장 수면 시간이 길었던 프랑스(530분)보다 1시간 가량 차이 나는 셈이다. 미국(518분) 스페인(514분) 뉴질랜드(513분)는 물론 일본(470분)보다도 수면 시간이 적었고 평균치(502분)에도 훨씬 못 미쳤다. ‘불면 코리아’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면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도 가볍지 않다. 영국 워릭대학의 프란체스코 카푸치오 박사는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인 사람은 6~8시간인 사람에 비해 일찍 죽을 가능성이 12%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심할 경우 비만과 당뇨병은 물론 우울증과 심장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잠이 부족하다면 짧은 순간이라도 제대로 머리를 식혀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럴 때 쓸만한 제품이 라비오텍에서 개발한 해피슬립이라는 골전도 베개였다. 골전도란 소리가 귀가 아닌 뼈를 통해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쉽게 설명해서 소리를 듣기 위해 이어폰을 귀에 꽂지 않아도 된다는 뜻. 베개를 대고 누워 있으면 자면서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왜 누워서 베개에서 나는 소리를 들어야 할까? 해답은 숙면을 유도하기 위한 소리에 있다.
“소리를 통해 숙면을 유도하거나 긴장을 풀어주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됩니다. 뇌의 상태에 따라 발생하는 뇌파를 분석해 보내는 샘이죠. 베개에서 옛날 어머니께서 들려주시던 자장가를 듣는다면 잠이 더 잘 오겠죠. 실제로 숙면을 유도하는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등을 자연에서 직접 찾아 음원으로 사용했답니다.”
사람의 뇌는 상태에 따라 베타, 알파, 세타, 델타 등의 뇌파를 내보낸다. 예컨대 깊은 수면 상태에서 델타파가 나오는데 해피슬립은 숙면상태로 유도하기 위하여 알파파, 델타파, 세타파를 조합해 사용자에게 들려준다고 한다.
‘IT기술+웰빙’ 컨셉의 베개를 내놓을 터 = 현재 국내에서 골전도 베개를 자체 개발해 공급하고 있는 회사는 라비오텍이 유일하다. 2009년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 수상에 이어, 모 TV프로그램에서는 베개 아이디어 하나로 당시 25억원이라는 최고 경매가를 기록했으며, 백만불 수출탑도 수상했다. 숙면 유도용 프로그램의 경우, 전용 플레이어를 직접 개발하여 베개에 연결시켰고 지금은 시대에 흐름에 맞춰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미국, 중국, 일본에 공급하고 있다. 베개에 연결하는 플레이어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는 기본적인 숙면 기능뿐만 아니라, 음악 감상과 여러 학습 등이 누워서 가능하도록 여러가지 기능의 컨텐츠를 담았다.
라비오텍은 중소기업이라는 고정관념을 불식시키기 위해 제품에 대한 효과 입증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고 설명하더라도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 뒷받침되어야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성능을 입증하기 위하여 대구 시니어 체험관을 통해 임상실험을 실시했다. 임상결과에 따르면 해당지역의 남녀 대학생 30명을 대상으로 인지관련 과제 시 집중력을 평가한 결과 해피슬립을 일주일 동안 이용했을 때 후두부과 측두부에서 알파파가 높게 측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알파파는 기억력과 창의력 집중력을 필요로 할 때 주로 발생한다.
‘엄마, 조금만 더요!’ 오전 6시반, 베개를 부여잡고 절규하는 아이들은 몸은 다 컸지만 부모에겐 갓 태어나 아직 눈도 뜨지 못하는 강아지처럼 느껴져요. 요즘 청소년들은 평일에 오후 11, 12시까지 깨어있고 다음날 오전 6, 7시에 일어나잖아요. 급히 씻고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수면 부족을 해결하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필요했고 그것이 회사가 잠을 테마로 잡은 이유였다고 황대표는 말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자. 그것은 곧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