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등 선진국 연구기관은 정부에서 직접 예산을 지원받는데 비해 국내 연구소는 대부분 수탁사업에 의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낮은 출연금으로 연구 재원이 불투명해 연구소 고유의 임무 수행이 힘들고 상대적으로 인력 유출이 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6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독일 막스프랑크연구협회, 일본 이화학연구소 등 주요 선진 연구원의 예산·조직·인력·평가 관리 사례를 조사한 결과 이들 기관은 정부에서 예산의 80~90%를 직접 지원받고 있다. 연구소 자율 운영도 보장되고 연구소-대학, 민간 기업끼리 이중 소속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원이 조사한 기관은 독일 막스프랑크연구협회(MPG), 프라운호퍼연구협회(FhG),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산업기술총합연구원(AIST) 등 4개다.
조사 결과 이들 기관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가 연구원 예산 중 80~90%를 직접 지원해 안정적 연구 환경을 보장한다. 막스프랑크연구협회는 13억유로 예산 중 80%를 연방·주정부(50 대 50)가 지원하며 20%는 기부금과 자체 수익으로 충당한다. 연구회는 연구주제 설정과 수행에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이화학연구소도 약 1046억엔 예산 대부분(90%)을 정부 지원으로 충당한다. 때문에 외부수탁 없이도 연구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산업기술총합연구원의 약 864억엔(2007년)의 예산 중 운영비교부금(정부출연금)이 약 76%를 차지한다. 이 기관의 정부·민간 수탁예산은 16%에 불과하다. 특히 경제산업성에서 운영 교부금을 받지만 연구 사업 편성에는 일체 간섭을 받지 않는다.
대형 융복합 연구와 연구소-대학·민간기업 간 이중 소속을 통한 우수인재 활용성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막스프랑크연구협회는 독립 80개의 연구소, 7개 분원, 4개 연구센터를 운영한다. 연구자는 자율적으로 연구 주제와 직원을 선택하며 연구소와 대학을 겸직할 수 있다. 프라운호퍼연구협회는 60개 산하 연구소 등 총 80개 이상의 연구 유닛을 운영한다. 연구원은 해당분야 대학교수로 임용되는 겸업 제도가 운영된다. 이 밖에 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금 차등 배분과 유사·중복 연구 분야에 대한 연구소 구조조정도 실시된다.
평가원은 “국내 연구 환경은 낮은 출연금에 따른 수탁 경쟁으로 고유 임무 수행이 어렵고 대학, 민간기업 등에서 우수 인력이 유출되고 있다”며 “특히 공공기관에 대한 기관 운영 방침 적용으로 정부 간섭과 통제가 심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 연구 과제 중심(PBS)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출연금 직접 지원 비율을 70%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인력 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총액 인건비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주요 선진 연구기관 예산·조직 현황
자료: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