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정일영 넥슨네트웍스 대표

“게임 산업을 돌아보면 십년 이상 이어진 철학이 없습니다. 불법복제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라인 게임이 출발했던 것처럼, 조직이나 게임은 항상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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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영 넥슨네트웍스 대표이사

정일영 넥슨네트웍스 대표의 삶은 `이종교배` 실험의 장이다. 해양학과를 나와 무역회사에 취업했지만 2000년대 초반 IT벤처 붐을 보며 더 큰 바다가 만들어지는 것을 내다봤다.

정 대표는 인터넷 동호회 지인을 통해 넥슨 운영팀장으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그는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직원 80명에 불과한 벤처 넥슨으로 자리를 옮겼다. 넥슨 직원은 한 달새 50명이 늘어나 130명이 됐다. 2000년 3월의 일이다.

정 대표는 운영팀장을 맡아 가장 어렵다는 고객상담을 시작으로 게임업계 최초로 운영회사로 출범한 와이즈키즈를 설립해 10년 이상 게임운영이라는 한 우물에 집중했다. 평범한 직장인이 550여명에 이르는 조직을 이끄는 대표이사로 성장한 비결은 남다른 집중력과 `차이`를 받아들이는 그의 철학 덕분이다.

“유전학에서도 같은 종끼리 교배하는 `동종교배`는 결국 소멸한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넥슨의 역사는 성공적 이종교배의 산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넥슨네트웍스는 그 진화의 DNA를 잘 계승한 자손이죠.”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개발사 위젯을 시작으로 네오플과 엔도어즈, 게임하이를 인수하면서 넥슨네트웍스도 많은 경험과 자산을 얻었다. 넥슨네트웍스는 30개가 넘는 넥슨 게임 운영과 고객상담, PC방 관리까지 맡는 방대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인수 전 네오플이 시행하던 `아이템 분실 시 선 복구 후 처리` 등 좋은 문화는 다른 게임에도 적용했다. 원활한 운영은 넥슨 게임이 속도를 낼 수 있는 `발`이 됐다.

정 대표는 “게임운영에도 창의성이나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직원들에게도 품질관리(QA) 전문가가 돼야 한다면서 관련 자격증 취득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새 게임이 늘어날 때마다 직접 개발사를 방문하고, 직원들에게 순환업무를 통해 다양한 게임을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정 대표는 더 좋은 인재를 찾기 위해 본사를 제주도로 옮겼고, 올해 초 서울센터는 판교로 이주했다.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조직을 위한 선택이었고, 새로운 10년을 위한 준비였다. 제주는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가 있는 것 외에도 기업에 많은 혜택을 제공했다. 서울과 제주의 이종교배가 이뤄진 셈이다.

“제주도에 가보고 열정이 많은데 기회가 부족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사는 고객 상담 전문회사로 기틀을 잡았고, 제주 현지인 위주로 리더를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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