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철학 있는 창업자를 보고 싶다

환호와 탄성을 낳았던 총선이 막을 내렸다. 이젠 공약을 어떻게 실천할 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여야 모두 정보통신(ICT)과 과기 정책을 중시하겠다고 했다. 단독 부처 신설도 약속했다. 두고 보면 알 일이다.

청년 창업도 이슈였다. 특히 야당에 비해 청년층에 취약한 새누리당이 적극적이었다. 새누리당은 청년창업 활성화를 공약집 맨 처음에 실으며 젊은 표심 잡기에 나섰다. 지금 청년창업은 분위기로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정부와 금융권이 앞다퉈 청년창업 지원책을 쏟아낸다.

당장 중기청만 해도 올해 청년창업 지원에 지난해보다 2.5배 많은 1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청년창업 특례보증도 지난해 4000억원에서 올해 7600억원으로 늘렸다. 창업 저변확대 등 보조출연사업에도 2000억원 이상을 지원한다. 창업선도대학도 올해 벌써 세 곳을 추가해 총 18곳으로 확대했다. 금융권도 청년창업 지원에 열심이다. 지난달 말 전국은행연합회는 5000억원 규모 청년창업지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며칠 뒤에는 신용보증기금이 청년창업기업 보증 규모를 지난해보다 1000억원 늘린 4000억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각 지자체도 청년창업 붐 조성에 두 팔 걷고 나섰다. 재정난으로 초긴축 재정을 펴고 있는 인천시지만 청년창업에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십억원을 투입한다. 청년실업이 국가적 손실이고 사회적으로 큰 문제임을 감안하면 정부·금융권·지자체의 청년창업 활성화 노력은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창업문화와 인프라다. 젊은 창업자의 책임감과 사회적 기반이 미흡한 상태에선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창업문화가 여전히 초보적이다. 미국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배운다. 우리는 대학 졸업할 때까지도 제대로 된 창업마인드를 익힐 기회가 없다. 둘의 차이는 크다. 창업에 대한 비전과 철학이 달라진다.

대학생이자 패션 관련 SNS를 운영하는 윤자영씨 말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 “한국은 창업하는 목적이 돈을 버는 겁니다. 그런데 글로벌 창업 대회에서 만난 젊은 미국 CEO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창업으로 세상을 바꾸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에게 가치를 선물하라고 했습니다. 이런 도전이라면 실패해도 의미 있지 않을까요”. 예비우주인에서 창업전도사로 변신한 고산씨도 얼마 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보스턴 창업경진대회에서 한 미국 학생을 만났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시계를 가지고 나왔는데 심사위원들은 `그거 시장이 얼마니? 얼마나 팔리겠니?`라고 걱정하며 묻자 그는 세상에 가치를 주는 일이기 때문에 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우리 젊은이들이 창업의 문을 두드린다. 대박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세상에 유익한 것을 주기 위해 창업했다는 말을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방은주 경인취재 부장 ejb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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