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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10일 사진공유 애플리케이션 업체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에 인수합병(M&A)한다고 밝혔다. 발표가 나자마자 미국 실리콘밸리와 월가에선 두 기업의 합성어인 `페이스타그램(facestagram)` `인스타북(instabook)` 등 신조어가 나돌며 크게 술렁였다. 인스타그램 시장가치를 최고 5억달러 수준으로 예상한 전문가들의 평가와 달리, 페이스북은 두 배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기업공개(IPO)를 불과 한 달 앞둔 페이스북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경쟁사 죽이기(?)=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로그에서 “인스타그램은 독자 서비스로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말을 믿는 이는 많지 않다.
IT 전문블로그 기가옴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흐름이 단순한 텍스트 전달에서 벗어나 사진 공유로 바뀌면서 페이스북이 이 같은 흐름에 편승했다고 분석했다. 핀터레스트, 텀블러 등 사진 공유 SNS가 페이스북의 목을 죄어오는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경쟁사인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 때문에 저커버그 CEO의 공언처럼 독자 서비스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스타그램의 고객과 기능을 흡수하기 위해 페이스북 내에 서비스를 통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모바일` 비즈니스 강화 포석=월스트리트저널, C넷 등은 모바일 부문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분석했다. 페이스북 모바일 사용자는 4억명이 넘지만 단순 SNS 플랫폼일 뿐 검색광고나 오픈마켓처럼 확실한 수익 모델이 없다.
이 상황에서 페이스북의 모바일 전략 에이스는 인스타그램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페이스북이 자체 OS를 만들어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저커버그 CEO는 “인스타그램과 더욱 긴밀하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됐으며 사용자들이 휴대폰으로 찍은 아름다운 사진을 공유하는 최고의 경험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폭풍 무시 못해=아마존이 직접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인스타그램은 그간 아마존 클라우드서비스 AWS의 큰 고객이었다. 페이스북과 합병으로 인해 조만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페이스북 자체 시스템인 S1으로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은 이 인수를 계기로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도 반(反)구글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지난달 중순 페이스북은 마케팅 대행사 레이저피시와 제휴를 맺고 모바일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인스타그램 인수로 체력을 보충한 페이스북의 또 다른 행보 역시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페이스북폰 출시설도 있다. 소문이 가시화한다면 애플, 삼성전자 등에도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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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