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및 전장(電裝) 부품 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룹 내 전장 사업 역량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해 인력 보강 및 인프라 확장을 적극 주문했기 때문이다. 사명도 `현대오트론`으로 확정했다. 향후 현대모비스와의 주도권 경쟁, 외부 업체들과의 협력 구도, 차량용 반도체 구매 창구 단일화 등이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전자는 최근 사명을 현대오트론으로 변경하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현대오트론은 150명 수준의 인력 규모를 2년 안에 1000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과 동시에 전신인 현대카네스 인력에 현대모비스 인력을 보강한 데 이어 그룹 내외부 반도체 및 전장 관련 인력을 대거 수혈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오트론의 중장기적인 목표는 독일 보쉬와 같은 전장 전문회사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연구개발 자원이 종전 기계 중심에서 반도체 및 전장 분야로 확산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최근 정몽구 회장이 그룹 내 전장 부문 연구개발 속도가 더딘 것을 질책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현대오트론은 이미 현대모비스 반도체설계팀 인력 절반을 흡수했다. 차량용 반도체 설계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또 출범 이전부터 외국계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공동 개발 등 사업 협력을 타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오트론이 그동안 다양한 채널을 바탕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업체들과 사업 협력을 추진했다”며 “단기적으로는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등 그룹의 차량용 반도체 구매 창구를 단일화하는 사업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
차량용 반도체 개발이 수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초기에 대외 조달 창구로 단일화해 매출을 발생시키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은 현대오트론과의 사업 협력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현대오트론의 위상 변화에 따라 기존 반도체 공급망도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공급처인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과의 관계 설정도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오트론은 궁극적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다양한 전장 부품까지 개발하는 연구개발 전문 계열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사업을 본격화하는 단계에서 기존 전장 개발 업체인 현대모비스와의 주도권 경쟁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대오트론과 전장 개발 등 영역이 중복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현대오트론이 중장기 사업 계획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