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을 것이 확실시되면서 LTE 경쟁이 한층 볼만해졌다. 작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LTE 스마트폰이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가입자 유치에 불이 붙었고 2G 서비스를 종료한 KT가 뒤늦게 경쟁에 합류해 시장이 더욱 볼만해졌다.
가입자를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여야 하는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초기 LTE 데이터 제공량은 3G와 비교해 다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3G는 무제한 요금제와 함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었으나 LTE는 전국망은 고사하고 빠른 속도 외에는 별다른 장점이 없었기 때문.
이동통신사들은 데이터 무제한이 없는 대신 일정 기간 동안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해주는 프로모션을 6개월 가량 실시했고, 3월을 기점으로 새로운 데이터 제공량을 선보였다.
◇ 데이터 제공량 늘려 가입자 전쟁 돌입=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LG유플러스다. 이미 2월부터 데이터 제공량을 최대 두 배로 늘렸다. SK텔레콤은 84개시 망 구축을 앞두고 3월 27일 LTE 데이터 양을 최대 두 배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초 LTE 서비스가 시작됐던 작년 7월에 비해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2.5배까지 데이터 제공량이 늘어났다.
KT도 발빠른 대처에 나섰다. 이 회사는 LTE-620(기본료 6만 2,000원) 이상 요금제 4종의 데이터 제공량을 두 배로 확대했다. LTE-340·420 요금은 1.5배, LTE-520 요금은 1.7배로 데이터 양이 각각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각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LTE 데이터량을 살피면 최소 550MB에서 최대 20GB까지이며 가장 많은 가입자가 몰리고 있는 LTE62의 경우 5GB 내지는 6GB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데이터 제공량이 늘어나면서 이동통신사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데이터 폭증으로 사업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던 모습이 불과 얼마전인데 LTE 가입자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아무리 클라우드 이동통신망이나 와이파이, 와이브로 등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동통신사들은 대놓고 말하지 못하지만 데이터 무제한 폐지를 내심 바라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도 데이터 무제한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데이터 무제한을 가장 먼저 시작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이미 관련 요금제를 찾아보기 어렵다. 유럽에서 모바일 인터넷 분야 경쟁이 가장 치열한 영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데이터 무제한을 적용해왔고 통신 정책 기조도 `소비자 최우선`이 중요시된다. 하지만 지난 6월 영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O2는 데이터 무제한을 결국 폐지했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2위 이동통신사인 KDDI는 지난 10월 1일부터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스마트폰 고객의 이용을 제한했다. 최근 3일 동안 스마트폰 데이터 통신량이 38.4기가바이트(GB)가 넘는 고객이 대상이다.
미국은 어떨까? 2위 사업자인 AT&T는 이미 작년에 데이터 무제한을 없애고 QoS를 통해 데이터 과금을 진행하고 있다. 1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도 버티다 못해 작년 7월부터 데이터 무제한을 폐지하고 매달 30달러(2GB), 50달러(5GB), 80달러(10GB) 요금제를 신설하고 10GB 이상 데이터를 사용하면 1GB당 10달러를 추가로 내는 정책을 도입했다.
◇ 주파수는 `석유` 계속 쓰면 고갈된다=저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데이터 폭증으로 인한 데이터 종량제 도입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데이터 제공량도 3G와 엇비슷하거나 약간 늘어나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국내는 LTE 가입자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어 소비자에게 언제 어떻게 부담으로 되돌아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연구소인 벨연구소에 따르면 이동통신 시장은 당장 2012년 말 투자비가 수익을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이 이동통신망을 통해 돈을 벌어도 계속 적자를 보는 상황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동통신사들이 고려하는 것이 망 중립성이다. 망 중립성이란 모든 통신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규정한 망 중립성 3대 원칙인 투명성 보장, 차단 금지, 차별 금지가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된 상황이라 언제 결론이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사실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LTE도 데이터 무제한과 통신료 인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도 변수다.
소비자 입장에서 한 번 맛들인 데이터 제공량을 줄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동통신망은 캘수록 샘솟는 마법의 샘이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언젠가 고갈되는 석유와 같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망 중립성 이후 공정사용 정책과 속도 제한을 통한 정책적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는 데이터 무제한을 보완하고 일부 헤비 유저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동통신망 품질보장(QoS, Quality of Service)을 통해 누구나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공정사용 정책(Fair Use Policy)을 전면에 내세운 것.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이상규 교수는 칼럼을 통해 "미국·유럽 등에서도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으며 강제적인 망제어보다 공정사용 정책을 기반으로 총량제, 부분정액제 등 다양한 사용량 기반 요금제를 출시해 이용자 스스로 사용량을 합리적으로 조절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도 일부 헤비 유저로 인한 데이터 폭증 문제를 공감하고 있다. 일반 사용자 기준의 합리적인 데이터 용량을 기본으로 주고 이를 초과하는 경우에 추가 과금을 한다면 큰 반발은 없을 것"이라며 "과도한 마케팅으로 인한 소비자 반감이 문제인데 프로모션 요금제와 QoS를 통한 데이터 이용을 제공한다면 충분히 납득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