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우주인 그후…`

`2008년 4월 8일 오후 8시16분.`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나 `다빈치코드`에 나오는 `암호` 같은 건 아니다. 무슨 숫자일까.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우주선 `소유즈 TMA-12`를 타고 우주로 향한 날짜와 시각이다.

8일로 우리나라가 260억원을 들여 우주인을 배출한 지 만 4년이 됐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유감스럽게도 이 박사 하나 남았다. 당시의 주역들은 모두 흩어졌다. 후속 프로젝트 얘기도 나오다 흐지부지됐다. 우주인 프로젝트가 일회성 행사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이 박사는 지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과학팀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근무한다. 1주일에 1∼2회 강연을 다니고, 시간을 쪼개 꼬마선충(씨엘레강스)을 이용해 `우주 장기 체류 시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진행한다. 우주인 치고 좀 초라한 연구 주제다.

당시 우주인은 `쌍`으로 만들었다.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대체하기 위해서다. 고산씨가 예비 우주인이었다. 그 또한 4년이 지난 지금 우주인이나 항공우주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한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공익사단법인인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로 활동한다. 창업지원이 목적인 법인이다. 정부 사업도 하지만, 민간 기부를 받아 운영한다. 고씨는 3년 전만 해도 우주비행사가 꿈이라고 말했었다.

한때 정부는 우주 개발에 공을 들였다. 결과물이 올해 대거 쏟아진다. 오는 5월 18일께 다목적실용위성인 아리랑 3호가 일본 다네가시마 발사장에서 일본 H2A로켓에 실려 올라간다. 7∼8월께 아리랑 5호가 러시아에서 발사된다. 10월엔 나로호, 12월엔 과학기술위성 3호 발사가 예약됐다. 위성이나 발사체 개발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5∼6년 이상씩 걸리는 일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예산이 갈수록 줄어 잔뜩 겁먹고 있다. 위성 후속 사업은 정부와 계약 진행이 안 돼 책상 위에서 그림만 그린다. 위성사업이 종료되면 해당 연구원들이 모두 떠나야 할 수도 있다. 더 급한 건 월급 주는 일이다. 종료 사업엔 인건비를 지출할 수 없다.

최근 국방과학연구소(ADD)도 소규모 위성 개발에 나선다는 얘기가 들린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만약 ADD가 나서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입장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이중 투자할 만큼 여력이 없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4월은 과학의 달,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과학의 날 기념식이 개최된다. 이 행사엔 대통령도 간간이 참석했다. 올해 불참한다는 소식이다. 조만간 닥쳐올 지배구조(거버넌스) 개편 문제도 신경 쓰일 텐데, 이래저래 과학기술인들 마음만 무겁다.


박희범 전국취재 부장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