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63>벽 이야기

삶에는 여섯 가지 벽이 존재한다. 첫째, 나를 담금질하는 절벽(絶壁)이 곳곳에 숨어 있다. 절벽 앞에는 언제나 절망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절망이 제일 좋아하는 벽이 절벽이다. 두 번째 벽은 장벽(障壁)이다. 꿈의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숱한 장애물이자 걸림돌이다. 세 번째 벽은 웬만한 노력으로는 무너지지 않는 철벽(鐵壁)이다. 어지간히 공격해서는 뚫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벽이다. 철벽은 공격수들이 가장 뚫기 어려운 벽이다. 그러나 철벽수비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공격 전략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뚫을 수 있다. 네 번째 벽은 어딘가에 홀딱 빠져서 헤어 나오기 어려운 결벽(潔癖)이다. 완전히 빠지고 중독되어 있어서 결벽 증세를 보이는 심각한 질병 상태다. 결벽은 시간이 지날수록 결별하기 가장 어려운 성벽(性癖)이다. 다섯 번째 벽은 새벽이다. 희망이 가장 고대하는 벽이다. 새벽은 절벽을 넘고 장벽을 무너뜨려야 맞이할 수 있는 벽이며, 철벽을 뚫고 결벽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희망의 벽이다. 새벽은 칠흑 같은 어둠의 저편에 존재한다. `벽`은 다 `벽`이지만 `새벽`은 `새 벽`이 아니라 희망이 움트는 가능성의 `벽`이다. 마지막으로 개벽이 있다. 신천지가 용틀임하는 벽이며, 무한한 가능성의 문이 열리는 벽이며, 전대미문의 창조가 시작되는 벽이다. 삶은 `장벽`을 넘고 `절벽`을 건너는 고난의 연속이다. 꿈의 목적지는 언제나 `장벽` 너머에 존재하고 `절벽`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 `장벽`을 넘고 `절벽`을 건너야 `새벽`을 맞이할 수 있고, `개벽`은 주로 어둔 밤의 끝자락인 `새벽`에 일어난다. `절벽`의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싹은 자란다. `절망`과 `좌절`로 삶을 포기한다면 거기서 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살아야겠다는 `야망`으로 `도전`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도약`의 기회를 가져다준다.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으로 만들어진 `얼룩`이 아름다운 작품의 `무늬`로 탄생한다. 얼룩진 삶에서 묻어나는 향기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된다. 좌절과 절망의 `얼룩`, 시련과 역경의 `얼룩`이 희망과 도전, 꿈과 성취의 `무늬`로 탄생하는 것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