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백연현상으로 본 발전산업 편견

발전업계가 사용하는 용어 중 `백연(白煙)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흰색의 연기를 뜻하는 것으로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생소한 단어다. 발전회사들이 굴뚝 연기를 놓고 굳이 백연이라는 표현까지 쓰는 것은 조금이나마 환경오염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자 하는 바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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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는 뜨거운 공기가 차가운 공기를 만났을 때 과포화된 수증기가 하얀 연기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발전소를 사람에 비유하면 백연은 입김에 불과한 현상이다. 당연히 인체에는 무해하다.

국내 발전설비 운영 기술은 이제 해외시장에 진출할 정도로 발전했다. 그만큼 환경기술도 `청정화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일보 했다. 하지만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백연의 외형적 모습에 일반인들은 발전소에 대한 편견을 쉽게 풀지 못한다. 환경 부문에서 가장 엄격한 규제를 받고 청정 운전에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은 백연현상의 겉모습에 가려지고 있다. 발전회사 관계자들이 `굴뚝 매연`이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몇 달간 전력·발전업계에선 크고 작은 소동이 끊이질 않고 있다. 9.15 정전에서부터 송전탑 분쟁·원전 정전 미보고·발전소 화재 등 관련 업계는 그로기 상태다. 안타까운 것은 불과 몇달 사이 많은 사건이 벌어지다 보니 관련 사태들이 산업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백연현상처럼 그동안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 생산을 위해 힘써 온 전력·발전 업계의 노력은 하얗게 가려지고 있다.

잘못에 대한 벌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동안 전력과 발전업계의 노력에 대해 우리의 칭찬이 인색하지 않았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부 사태로 인한 편견으로 전체를 오해해서는 안된다. 발전업계는 최근 일련의 사고로 비용절감 노력이 안전성 저하의 원인으로 오해를 살까 걱정이다. 오히려 칭찬을 받아야 할 일들이 몇 몇 잘못으로 지적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봄이 찾아오면서 전력예비율은 겨울보다 한층 여유를 찾았다. 하지만 발전소 현장은 계획예방정비라는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다. 환경오염에 대한 편견과 지역사회와의 갈등은 전력과 발전업계 노력보다는 실수와 사고만을 부각시켰다. 하절기 전력수급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이들에게 잠시라도 질책보다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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