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日엘피다 인수 `제스쳐?` `진심?`

SK하이닉스가 일본 엘피다의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최종 인수 가능성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내놓고 있다.

2일 SK하이닉스는 이번 엘피다 입찰 참여 이유를 “회사 경쟁력 향상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도움이 될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엘피다 회생 가능성과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등을 추후 진행할 실사를 통해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며 “시너지가 있고 인수 조건만 괜찮다면 인수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수 추진 여부는 다각도로 살펴보고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관련 업계는 SK하이닉스의 엘피다 인수 여부는 미지수지만 경쟁기업인 엘피다를 실사기회가 인수여부에 상관없이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한다. 2002년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하면서 실사를 통해 하이닉스 내부 상황을 파악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인수 시너지 `불투명`=자금란을 겪고 있는 엘피다를 인수할 경우, 대규모 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수 자금 이외에도 부채 상환과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시설 투자에도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된다. SK하이닉스 자체 투자에도 수조원이 드는 마당에 엘피다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엘피다를 어떤 기업이 인수한다고 해도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하고 기간도 많이 소요돼 경쟁력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기술적인 통합 문제도 걸림돌이다. 반도체 업체별로 생산 기술은 크게 상이하다. SK하이닉스도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병한 이후 기술통합에 어려움을 겪었다. 히타치제작소와 니폰전기 D램 사업부, 미쓰비시가 합쳐진 엘피다는 각사 엔지니어들이 자사 기술을 고집해 통합에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도시바 유력 관측=인수전은 3파전이지만 최종 인수 기업은 같은 일본 기업인 도시바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엘피다 향방에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에 힘을 몰아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국에 유일한 메모리 업체를 외국 업체에 넘겨줄 수는 없다는 `자존심`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일본 정부가 엘피다를 외국 업체에 넘길 경우 반도체 원로들과 현지 언론으로부터 받을 엄청난 비난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외적인 M&A 추진은 형식적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유도해 도시바가 인수하는 방향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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