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교수에 따르면 봄바람은 `꽃샘바람`이라고 하지 않고 `꽃세움 바람`이라고 불러야 맞다. 봄바람을 흔히 꽃샘바람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이름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봄바람은 가지를 흔들어 뿌리를 깨우는 바람이기 때문이다. 봄바람은 겨우내 움츠렸던 기지개를 펴면서 겨울잠을 자고 있는 나무나 꽃들의 뿌리를 깨워 물을 길어 올리게 하는 `꽃세움 바람`이다. 그래서 봄바람은 꽃을 시샘하는 `꽃샘바람`이 아니라 꽃을 올곧게 세우기 위한 `꽃세움 바람`이라는 신영복 교수의 통찰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살다보면 참으로 많은 바람이 분다. 한겨울에 몰아치는 삭풍(朔風)과 북풍(北風)이 있고 한 여름에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는 비바람도 있다.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 닥쳐도 줄기와 가지가 휘어지고 때로는 꺾일지언정 뿌리까지 뽑히지 않는 나무나 들풀처럼 우리도 혼탁한 바람에 짓눌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삶이 무너지지 않는다. 바람이 심하게 불수록 흔들어 깨워야 할 우리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반성하고 점검해보아야 한다.
풍경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소리 내지 않는다. 바람이 불어야만 비로소 그윽한 소리를 낸다. 인생도 무사평온하다면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힘든 일이 있기에 즐거움을 알게 된다. 채근담에 나오는 말이다. 시냇물도 돌부리가 있어야 노래를 부른다. 걸리는 돌이 있어서 디딤돌로 삼을 수 있다. 바람이 불지 않는 인생은 가슴이 뛰지 않는 삶이다. 어제와 다른 불확실한 바람이 불어야 어제와 다른 방법으로 내일을 준비한다. 내일 어떤 바람이 불어올지를 기다리지 말고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정면 도전해야 한다. 카네기는 말하지 않았던가.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라고.
영화 최종병기활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불어오는 바람의 강도나 방향을 너무 오랫동안 고민하며 계산하려다 오히려 바람에 밀려 사라질 수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맞부딪혀보는 경험이 많을수록 바람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뿌리가 깊어지는 법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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