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시장을 직접 챙긴다. 애플 CEO로는 처음으로 중국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최근 불거진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쿡의 행보에 따라 우리나라 스마트폰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신들은 26일(현지시각) 일제히 쿡 CEO의 방중(訪中) 소식을 주요 기사로 전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한다며, 중국 현지법인 대변인 캐롤라인 우의 말을 인용해 “쿡 CEO가 중국 관료들과 접촉 중”이라고 보도했다. 캐롤라인 우는 “중국은 우리(애플)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투자와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쿡은 지난해 10월 중국이 미국에 이어 애플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이라고 언급했다. 3위 사업자 차이나유니콤에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던 애플은 최근 2위 차이나텔레콤과도 계약을 했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중국에서 전체 매출 16%인 45억달러(약 5조1000억원)를 벌어들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방문이 애플의 현지 협력공장인 폭스콘 사태, `아이패드` 상표권 분쟁 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애플은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사상 최고가인 606.9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팀 쿡의 방중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은 차이나모바일과의 접촉이다. 차이나모바일은 중국 이동통신 시장 60% 이상을 차지하는 지배적 사업자다. 아이폰을 공급하는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 가입자를 모두 더해도 차이나모바일에 미치지 못한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맹주 애플은 중국 땅에서는 힘을 잃는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7.5%로 5위에 그쳤다. 1위 삼성전자 점유율 24.3%와는 천양지차다. 이유는 역시 차이나모바일 효과다.
C넷은 애플과 차이나모바일이 몇 년 동안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전했다. 애플이 차이나모바일에도 예외 없이 강력한 통제를 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차이나모바일 역시 애플에 다른 이통사보다 높은 수입을 요구했다고 전해졌다.
양사의 팽팽한 대립은 지난해 9월부터 해빙 분위기에 들어갔다. 왕지앙조우 차이나모바일 CEO는 “장래에 애플과 합의에 이르기를 원한다”며 “아이폰이 우리의 LTE 서비스를 지원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애플과 차이나모바일의 협력은 삼성전자 등 다른 스마트폰 업체에는 큰 악재다. 아이폰은 중국 시장에서 병행 수입으로만 수천만대가 개통됐다. 차이나모바일이 아이폰을 공급하면 단숨에 시장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WSJ는 팀 쿡이 아이패드 상표권 분쟁과 폭스콘 노동 환경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찾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고위 관료와 자리를 가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방중 성과를 낼지 미지수지만 스티브 잡스 사후 홀로 서기 중인 팀 쿡의 행보가 신속하고 강하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업체별 점유율(단위:%)
자료:가트너 *2011년 12월 말 기준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