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시스템(대표 한동희)은 LCD·터치스크린패널(TSP) 부착 장비를 주로 제조하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장비 기술을 기반으로 자외선(UV) 옵티컬 본딩 시장으로 진출해 TSP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UV 옵티컬 본딩은 LCD와 TSP를 광접착필름(OCA) 대신 레진으로 부착해 빛 손실을 최소화하는 공정이다. 스마트기기 제조업체들은 기구 설계를 이유로 LCD와 TSP 사이에 공기층을 둔다. 공기층은 빛을 난반사하는 습성이 있어 화면이 흐려질 수 있다. UV 옵티컬 본딩은 공기층을 특수 레진으로 채워 흐릿한 화면을 방지할 수 있다. 태양광 아래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어 애플 등 일부 스마트기기 제조업체들이 이 공정을 채택하는 추세다.
디스플레이 광학 성능 개선뿐 아니라 스마트기기를 얇게 제조하는 데도 유리해 UV 옵티컬 본딩은 향후 빠른 속도로 확산될 전망이다. 200~300㎛ 두께 공기층을 없앨 수 있는 것은 스마트기기 설계에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스마트기기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UV 옵티컬 본딩 도입을 꺼렸다. 공정 자체가 워낙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폭스콘 등 애플 협력사들은 UV 옵티컬 본딩 공정에 굉장히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정원시스템은 자체 기술로 이런 문제들을 극복했다. 자동화 설비로 UV 옵티컬 본딩 제조원가를 대폭 낮췄고, 레진이 흘러넘쳐 LCD 백라이트 불량을 일으키는 문제도 해결했다. LCD 모듈 상태에서도 TSP 부착이 가능해진 셈이다. 레진 불량 문제 때문에 기존 업체들은 LCD 셀 상태에서 TSP를 부착한 후 BLU를 조립하고 있다. 이는 공정·공급망 구조가 복잡해지고 비용도 높아지는 요인이다.
LCD와 TSP 평형을 유지하는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LCD와 TSP가 기울어진 상태로 접착이 되면 빛 왜곡현상이 발생한다. 애플 제품을 담당하는 대만 업체들도 UV 옵티컬 본딩 시 20~30㎛ 수준의 평형도를 구현하지만, 정원시스템은 10㎛까지 평형도를 높였다.
정원시스템은 장비 사업과 UV 옵티컬 본딩 사업을 투 트랙으로 진행해 장기적인 회사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해 2분기 100억원을 투자해 성남 공장에 월 35만개(10.1인치 기준) UV 본딩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올 2분기 안에 월 50만개로 생산능력을 늘릴 계획이다.
한동희 사장은 “UV 옵티컬 본딩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된다면 장비 사업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장비와 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 혁명을 주도하는 강소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한동희 정원시스템 사장
“처음에는 장비를 판매할 생각으로 UV 옵티컬 본딩기를 개발했습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우리가 UV 옵티컬 본딩 공정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고, 직접 제조업에 뛰어들고 싶은 욕심도 생겼습니다.”
장비 전문기업인 정원시스템이 제조업에 뛰어든 이유에 대한 한동희 사장의 설명이다. 한 사장은 20여년 동안 장비·공정 연구에만 집중해온 장인이다.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공정 기술 개발은 그의 숙원이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공정 기술을 확보한다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믿었다”라며 “고객사 물량이 갑자기 몰리면 회사 매출은 늘어나겠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신뢰를 잃지 않고 천천히 목표를 향해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