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 26.75달러. 태양광 시장조사기관인 PV인사이트가 지난 21일 밝힌 태양광 폴리실리콘 가격이다. 지난해 말 잠시 30달러 이하로 내려간 적은 있었지만 올 들어서는 30달러 선을 넘어서면서 가격이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낙관적 전망까지 있었던 터다. 태양전지 가격도 와트당 0.48달러로 전주에 비해 0.011달러 떨어졌다. 태양광 모듈도 0.006달러 떨어진 0.903 달러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 이하로 떨어진지 오래다. PV인사이트가 폴리실리콘 가격을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젠 태양광 장밋빛 전망을 하기보다는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중요한 덕목이 됐다.
국내 최대의 폴리실리콘 업체인 OCI도 속절없이 떨어지는 가격 때문에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당 80달러대를 유지하던 가격이 9월에 50달러대로 떨어지더니 이제는 30달러 이하로 낮아졌다. 실적도 주저앉았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에 비해 66% 떨어진 885억원에 그쳤다. OCI의 폴리실리콘 제조원가를 ㎏당 25달러 안팎으로 보는 전문가들의 추정을 감안하면 가격이 더 하락한 올 1분기는 벌써부터 걱정이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좋았던 2008년부터 양산하면서 벌어들인 이익을 앉은자리에서 까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GCL·헴록·바커 등 메이저 폴리실리콘 업체들도 한걱정이다. OCI보다는 제조원가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격하락이 멈추지 않으면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후발주자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다. KCC 같은 곳은 아예 폴리실리콘 사업을 접다시피 했고 다른 중소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제조원가 이하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생산해서 팔수록 마이너스인 셈이다. 기초 체력이 약한 기업은 고사위기다. LG화학이 폴리실리콘 투자를 잠정 보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웅진코웨이를 매각해 태양광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한 웅진의 움직임도 지켜볼 일이다.
국내에서 태양광 사업에 가장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는 한화케미칼도 관심거리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3조9000억원대 매출과 영업이익 4700억원을 기록했지만 자회사 연결실적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로 떨어졌다. 한화솔라원이 영업이익을 깎아먹는데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4분기만 놓고 보면 한화케미칼은 한화솔라원의 대규모 적자 탓에 1977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한화케미칼 한 임원은 태양광 분야를 강화하면서 2~3년 정도는 투자할 여력이 있다고 했지만 그 시기가 지나도 한화솔라원이 블랙홀처럼 자금을 빨아들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폴리실리콘·태양전지·모듈 등 무엇 하나 어렵지 않은 게 없다. 일각에서는 일부 시장 가격이 제조원가 이하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조만간 반등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태양광 업체들은 더한 상황에서도 견뎌 내야 한다. 태양광모듈 가격이 지금 와트당 0.9달러 수준이라면 제조원가를 0.8달러, 0.6달러로 낮출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제조공법을 바꿔 25달러 이하에서도 견딜 수 있는 체질로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다. 태양전지 업체들도 기존 생산라인의 가동률을 높이고 광변환효율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태양광 분야는 아직도 거품이 남아있다. 반도체와 닮았지만 태양전지에 필요한 폴리실리콘 순도나 장비 정밀도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덜 정밀하더라도 덜 비싼 장비를 도입하면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다.
지금 태양광 산업은 죽음의 계곡을 지나고 있다. 끝까지 참고 견뎌내는 기업, 그리고 쓰러진 기업을 효과적으로 M&A하는 기업이 죽음의 계곡을 나와 웃을 수 있다.
주문정 그린데일리 부국장 mjjo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