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네트워크 인프라 "알맹이가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네트워크 장비 산업 실태조사`는 네트워크 부문의 국산 핵심 국산장비의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졌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통신 인프라의 외산장비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칫 통신분야 생태계 종속 우려마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송, 교환, 가입자, 이동통신 등 각 분야에서 적게는 62%, 많게는 100%까지 국산화가 이뤄졌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없다.

통신사 전송장비에서 저사양으로 분류되는 CWDM 등은 국산화 비중이 높은 데 비해 고사양에 속하는 캐리어 이더넷은 85%, DWDM은 61%, ROADM 장비는 90%가 외산제품이다. 그나마 국산화율이 높은 MSPP 장비는 점점 구매율이 떨어지는 추세다. 네트워크 핵심에 해당하는 장비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중계기 등 통신 3사 이동통신 장비는 전량 국내 업체가 공급하지만 이 역시 수요가 줄어들 전망이다. 4세대(G) 망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소형 기지국이 중계기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광중계기 공급량은 2009년부터 꾸준히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국내 중계기 업계는 현재 기지국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 산업의 전반적 추세가 기존 장비를 없애고,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서 “이대로라면 현재 코어 이외 부분에 주력하는 국내 장비업계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국산 통신장비 경쟁력 약화는 어느 한 곳 막힌 곳을 뚫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통신사가 공급업체에 지급하는 유지보수율이 턱없이 낮다는 점은 통신장비 산업에 대한 얄팍한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기업의 연구개발(R&D) 역시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네트워크 트랜드가 올-IP(ALL IP)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 통신사 전략에 맞는 장비를 국내 업체들이 공급하지 못하며 글로벌 회사와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벌어지는 상황이다.

중견 네트워크 업체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혈관 한 곳이 막힌 것이 아니라 심장에 문제가 있어 피가 안 돈다”며 “근본적인 지점에서 산업 경쟁력을 키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대형 R&D를 발족하고 중견 네트워크 업체 참여를 유도해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도 해결책으로 꼽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정부와 사태 심각성을 인지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이 나온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글로벌 트렌드인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와 궤를 같이하는 `스마트노드` 프로젝트가 출발했다. 통신 3사가 처음으로 공동 수요예보제를 실시해 국내 장비업체 사업 가시성을 높이는 등 자구책이 이어졌다.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삼성전자 등 대형 장비공급사가 국내 중계기 업체에 기지국 기술을 이전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업계도 중견업체를 중심으로 대용량 PTN(Packet Transport Network) 장비 개발에 뛰어드는 등 코어 장비에의 접근을 모색한다. 네트워크 업계는 이번 실태 파악을 계기로 더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기를 바란다. 산업 생태계 가장 아래서 전전긍긍하던 어려움을 수면 위로 끌어내 산학연이 머리를 맞대고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도 국산 장비가 핵심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부끄러워 하거나 감출 필요가 없다”며 “수요처와 협력해 현재 강점을 가진 분야를 최대한 살리고 코어·차세대 네트워크 등 다음 레벨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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