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질서다. 범죄를 막고 질서 유지를 위해 인간 세상에는 경찰이 존재한다. `민중의 지팡이` 경찰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온갖 범죄와 무질서가 난무하는 혼돈으로 가득할 지 모른다.
이런 경찰이 인간 세상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침팬지들도 무리 안에 분쟁이 일어나면 자신의 이익과 직접 관련이 없어도 개입하고 중재에 나서는 등 질서 유지 활동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최신 연구를 인용, 보도했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 연구진은 동물원 침팬지들이 집단의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공정하게 분쟁에 개입하는 침팬지들의 행동은 도덕적 행동의 초기 형태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여럿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집단에서 분쟁은 불가피하고 이는 침팬지 사회에도 마찬가지다. 연구진은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4개의 침팬지 집단을 관찰·비교했는데 운 좋게도 한 동물원에서 특수 상황을 발견했다. 무리 안에 새로운 암컷이 들어오거나 수컷들 간 서열이 바뀌는 경우는 침팬지 집단의 안정이 크게 흔들리는 시기다. 이럴 경우 서열이 높은 암컷이나 수컷, 또는 무리 안에서 많은 존경을 받는 침팬지가 분쟁에 개입한다. 경찰 역할을 하는 셈인데 인간 세상과 마찬가지로 침팬지 사회에도 권위에 따른 통제가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침팬지 사회에서 중재자 개입 의지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는 분쟁 관련자가 많아 집단의 평화를 위협하는 경우로 나타났다. 집단의 위기에 어른이 나서 사태 해결에 실마리를 푸는 인간 사회와 닮았다.
연구진은 “이는 인간 사회에서 고도로 발달하고 도덕적 행동의 바탕을 이루는 집단의 이익에 대한 관심의 뿌리가 매우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런 행동은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에게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공: 한국과학창의재단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