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장비 사업자들에게 일본은 `신사의 나라`다. 비즈니스를 점잖고 깔끔하게 하기 때문이다. 일본 토종 기업의 한국 회사 차별은 있지만, 한번 뚫기가 어렵지 인정만 받으면 제 값 받고 물건을 팔 수 있는 우량 파트너다.

일본에 대한 평가를 뒤집어보면 국내 환경에 대한 푸념으로 바뀐다. 통신 인프라 공급권을 움켜쥔 주요 통신사업자들에게 장비, 솔루션 공급업체들은 영원한 `슈퍼 을`이다.
통신사들이 국내 장비업체에 지급하는 유지보수비용(OPEX) 요율은 연간 1% 이하를 넘지 못한다. 이 정도라도 받기 시작한 것이 2009년부터라니 그 전에는 무료봉사 했다는 소리다.
통신사들이 긴축 재정카드를 꺼내면 장비업계는 공포에 빠진다. 제일 먼저 칼을 대는 곳이 인프라 단가이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고객에게 돈을 더 걷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생태계 가장 아래 있는 장비 공급업체를 쥐어짜는 것이 효과적이다. `손해보고 판다`는 장사꾼의 푸념은 때때로 현실이 된다.
일부 업체에만 사업계획을 공유하고 낙찰을 봐주는 관행도 여전하다. `국산 제품은 성능이 딸려서...`라는 개운치 않은 변명에 수년 간 해당 기술에 투자를 해온 업체는 할 말을 잃는다.
상황이 이러니 업계가 “한국은 답이 없다”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안방에서 홀대받는 이들의 자존감이 어떤 상태일지 굳이 깊게 파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일본이 잘하고 우리나라가 진짜 못하는 것일까. 결코 아니다. 일본이 정상이고 우리가 비정상이다. 재화를 공급받으면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건강한 자본주의다. 생태계 우위를 이유로 부당한 이득을 취한다면 거리에서 외투를 빼앗는 철없는 `일진`과 다를 게 무엇인가.
다행히 최근 `수요예보제` `OPEX 현실화` 등 개선 노력이 이어진다. 잘한다고 해야 할까, 이제야 정상적인 길로 간다고 해야 할까. 업계는 여전히 뒷맛이 씁쓸하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