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에 열광하던 중국…그런데 요즘은?

한류로 시작된 관심, 게임으로 이어져

가장 좋아하는 온라인게임은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갖고 싶은 휴대폰은 애플 아이폰, 삼성전자 갤럭시S2, 좋아하는 연예인은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 `해를 품은 달`이나 `런닝맨` 등 어제 방영됐던 TV 프로그램은 다음날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로 다시 본다.

한국의 젊은 세대의 모습이 아니다. 중국 대도시 젊은 세대의 현주소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게임사 쿤룬에서 일하는 1980년대생 20대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모두 한국 드라마와 아이돌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돼 자발적으로 한국어를 익힌 중국인이다. `한류`는 이들이 대학시절 교환학생 등으로 한국을 찾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결국 한국 문화나 언어에 능통해 중국 현지에서 본사의 한국 진출 전략을 도와 마케팅 및 게임 운영 지원을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쟈오지아씨(28)는 “학창시절 HOT 때문에 한국 아이돌문화에 관심을 갖게 돼 3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살았다”고 말하며 소녀처럼 얼굴을 붉혔다.

최란씨(28)가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도 마찬가지다. 그는 현재의 온라인게임 회사에 오기 전에 모바일게임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출퇴근 이동 시간에도 즐길 수 있어 모바일게임을 좋아한다”고 대답하면서 아직 중국은 네트워크로 즐기는 모바일게임보다는 다운로드해 즐기는 모바일게임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현재 일하는 회사에서는 우리 게임을 이용하면 게임 내 지원 혜택이 있어 좋다”면서 온라인게임을 즐긴다고 대답했다.

한국 게임 마케팅팀에서 일하는 만큼 한국 내 규제 상황에도 밝았다. 그들은 한국 정부의 지나친 중복 규제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최란씨는 “중국에서도 게임중독이 문제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규제 제도가 없거나 나오더라도 흐지부지됐다”면서 “학부모보호 프로젝트에 따라 개별적으로 연락이 오면 서비스를 차단하고 있으며 이런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졸업 후 정부 산하 대기업이나 공무원으로 취업하고 싶어 하는 것도 한국과 유사한 최근 중국 젊은 세대의 경향이다. 베이징, 상하이 등 인구 1000만명 이상이 살고 있는 대도시의 급여나 물가 수준도 서울과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젊은 세대가 게임을 즐기는 문화도 소개했다. 친구들끼리 PC방에 함께 가거나 각자 집에서 PC로 접속해 게임을 즐기는 모습도 한국과 비슷했다. 연간 단위로 계약하면 저렴해지는 월 3만원의 인터넷 이용료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간한 중국 게임 시장 보고에 따르면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는 중국에도 영향을 미쳤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게임이 젊은 사람들 깊숙이 침투하게 됐다. 이는 경기침체 및 빈부격차의 심화로 사람들이 값싼 인터넷 엔터테인먼트를 찾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영화 관람료로 평균 40위안(약 7100원) 상당이며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 기준으로는 100위안(약 1만7000원) 이상으로 치솟기도 한다. 반대로 중국의 PC방인 `왕빠`는 박리다매식 대형 프랜차이즈가 늘어나면서 거꾸로 가격이 하락하는 일도 있다. 기본 요금은 시간당 3~4위안(500~700원) 수준이다. 여기에 서비스되는 온라인게임 대부분이 부분 유료화 판매 전략을 펼치면서 기본 플레이 자체는 무료가 대부분이라 진입장벽은 더욱 낮아졌다.

장?씨(25)는 “최신 컴퓨터 사양이 낮거나 인터넷 속도가 느릴 때에는 친구들과 PC방을 자주 찾는다”면서 “중국에서도 게임사에는 남자가 많고 일이 많아 바쁘다는 이미지”라고 말했다. 1000여명이 일하는 깔끔한 흰색 외벽의 본사 건물은 중국 회사라는 느낌보다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한국 게임사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회사 안내를 맡은 손국흠 글로벌 매니저는 “직원들이 직접 투표를 해서 회사 내부 인테리어 색깔이나 디자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두즈숑씨(30)는 “중국은 지역이 넓기 때문에 저마다 특색이 달라서 하나의 공통된 이용자 문화로 엮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한국 이용자가 두 손을 쓰는 복잡한 게임을 좋아하는 반면에 중국 이용자는 무협 장르나 한 손으로 쉽게 조작이 가능한 게임들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거대한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그래픽은 한국 게임은 우수하지만, 무협게임은 중국이 잘 만든다”고 자신감을 보였던 그들은 한국 게임 시장의 변화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 정부는 왜 그렇게 심한 규제를 하려고 하느냐” 질문을 던지거나 “한국 게임 이용자 수준이 매우 높아서 매번 깜짝 놀라고 있다”는 감탄사를 던졌다. 또 “중국 게임도 많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수준이 낮은 게임, 짝퉁 일색이라는 선입견이나 편견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바다를 건넌 `한류`가 중국인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첨병이었다면 `게임`은 이들이 다시 바다를 건너 한국 문화를 배우고 이용자와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만들어주었다. 문화는 `표현의 자유`와 `지속적 소통`에서 출발한다. `한류`로 시작된 한국 사랑이 게임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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