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두 장의 사진이 있다.
하나는 사진작가 매튜 호이가 공모전에서 수상한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이다. 해안 바위로 둥글게 둘러싸인 바닷물 안에 웃통을 벗은 사람이 앉아 있다.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그 평화스런 모습은 휴식과 치유, 회복의 메시지를 주기 충분했다.
또 하나의 사진은 모 일간신문이 1면 머릿기사로 올린 `제독의 눈물`이다. 한 퇴역 군인이 눈물을 삼키며 “나는 해적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설명도 함께 달았다.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구럼비 해안을 파괴하는데 반대하는 한 예비 정치인이 자신의 트위터에 `제주 해적기지 건설반대!`라며 비판한 것이 화근이 됐다.
두 사진은 구럼비 해안과 연관이 있다는 것 이외에도 아주 중요한 지점에서 묘하게 일치한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찬반 여론의 `상징(simbol)`이 돼 `선전, 선동의 도구`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구럼비 해안 사진은 작가가 의도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반대파들의 주장을 명쾌히 전하는 아주 효과적인 결과를 낳았다. 수 년 간 생태계 파괴 우려를 내세워 반대했음에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 사진 한 장으로 `자연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줬다. 덕분에 삽시간에 반대 여론을 확산시킬 수 있었다.
제독의 사진은 해군들의 집단 분노를 끌어냈다. 소송과 시위가 이어졌고 자녀들까지 “우리 아빠는 해적이 아니예요”라며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정말 삽시간에 반대의 반대여론이 또 형성됐다. 해당 발언을 한 예비 정치인은 “풍자였다” “언론이 자신을 `마녀사냥`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원하던 총선 비례대표 후보에서 탈락했다.
두 사진과 이번 사건의 전개 과정을 보면서 또 한가지 공통적인 교훈을 얻는다. `사람에 대한 배려`가 그것이다. 정부 당국이 해군기지 건설의 효용성과 당위성을 수 없이 강조했으나 `사람을 위한 자연과의 공존`을 담은 호이 작가의 그 사진 하나에 제압당했다. 아무리 올바른 주장이라도 `해적기지`라는 표현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은 점은 해당 발언자에 책임이 있어 보인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모든 사안에 대해 같은 의견과 주장을 가질 수는 없다. 아마 그건 선사시대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예와 다른 점이 있다면 현대의 우리는 정보통신기술(ICT) 덕분에 각자의 의견과 주장을 실시간으로 전파할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나와 의견과 주장이 다른 이들을 고려하는 화법과 문법을 갖춰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정책 속에도, 140자 트위터의 말 속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정지연 국제부장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