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기업가는 춤을 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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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발견한 꿀벌은 벌집으로 돌아와 날개를 펄럭거리며 이상한 춤을 춘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듯 보이지만 이 춤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꿀벌이 동료와 대화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지그재그 춤을 통해 꿀이 넘치는 위치와 거리, 방향은 물론이고 분량까지도 동료에게 정확히 알려준다.

혼자 달려가면 달콤한 꿀은 고사하고 다른 마을 꿀벌들에게 쫓겨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똘똘 뭉쳐, 말 그대로 `벌떼처럼` 달려들어 새로운 먹거리 `꿀`을 챙긴다. 과학적으로도, 꿀벌(Bee)이 추는 지그재그(Zig-Zag) 춤은 정확하고 경제적인 통신수단으로 확인됐다. 이런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표방하며 인간이 만든 차세대 무선통신 기술이 바로 `지그비(ZigBee)`다.

인간과 기업이 처한 운명도 동물 세상과 마찬가지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부실하면 모든 일이 꼬인다.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최근 실패한 스타트업(Start-up) 기업의 공통점을 정리했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대부분 제품이 나쁘거나 집중적으로 공략할 시장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망했다. 그런데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은데도 회사가 문을 닫는 사례도 많았다. CEO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회사는 곧 망했다.

하루에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에서 뜨고 진다. 스타트업 성공 확률은 1% 남짓이다. 기업가 대부분이 어렵게 창업을 결정하지만 성장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수많은 시련과 위기를 겪게 된다. 이런 과정을 개인적 열정과 샘솟는 아이디어만으로 극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창업자와 주변 팀원들이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시련을 넘어서야 한다.

그래서 엔젤 투자자들은 `기술이나 제품보다는 창업가와 그 주변 사람에게 투자한다`고 말한다. 한 엔젤 투자자가 스타트업 CEO에게 “당신이 우리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당신이 팀과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 말은 전설로 남았다.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기업으로 평가받는 IDEO는 자신들의 성공 비결을 `한 명의 천재`가 아닌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다수의 협력` 덕분이라고 말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이 회사는 애플컴퓨터용 마우스와 나이키 선글라스를 디자인했다. 40여개 글로벌 기업에 3000종 이상의 제품 디자인을 제공한다. IDEO는 산업디자인, 심리학, 건축학, 언어학, 생물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로 프로젝트팀을 구성한다. 고객들의 제품과 서비스가 복잡해짐에 따라 `고독한 한 명의 천재`를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열정적인 다수의 협력자`로 채운 것이다.

기업가는 흔히 `마인드`부터 다르다고 한다. 새로운 기회를 만나면, 그들은 행동하고 실현하는 데 집중한다. 기업가들이 존경받는 것도 바로 이런 강력한 실천력과 도전정신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창조와 도전이 기업가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그들이 조금 더 앞장서 있을 뿐이다. 직원들도 꿈이 있고, 나름 치열하게 도전한다. 기업가와 월급쟁이, 모두가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다.

우리는 앞에 있는 사람을 무조건 리더(Leader)라고 부르지 않는다. 단 한 명이라도 믿음을 가지고 뒤를 따르는 사람(Follower)이 있어야 진정한 리더다. 아무리 앞선 기업가라도 그냥 “뜁시다”라고 해서는 아무도 뛰지 않는다. 성공을 원하는 기업가는 먹이를 발견한 꿀벌처럼 다른 동료들 앞에서 춤을 춰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벌떼처럼` 달려들어 새로운 먹거리 `꿀`을 챙길 수 있다. 이것을 우리는 `소통(疏通)`이라고 말한다.


주상돈 경제정책부 부국장 sd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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